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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바른말 했다가 목숨마저…"어리석은 최고 권력자는 설득도 어렵다"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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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군주 자질이 높아야 신하도 실력 발휘 가능했던 역사의 서글픈 단면 (글 : 양선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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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이 못난 사람에게 굽히는 것은 권세가 약하고 지위가 낮기 때문이며, 못난 자가 현자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권세가 무겁고 지위가 높기 때문이다. 나는 이로써 권세와 지위는 의지할 만한 것이지만, 현명하고 슬기로운 것은 부러워할 가치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고대 법가 학자인 신도가 한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군주 혹은 최고 권력자가 잘못된 길을 갈 때, 주변에 현명한 신하나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고 탓합니다. 그러면서 최고 권력자의 주변 관리나 정치인들에게 "직언을 하라"고 다그치죠. 그러나 군주에게 직언은 고사하고, 비위를 상하는 말조차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사기』를 쓴 사마천도 군주가 듣기 싫어한 말, 한마디 했다가 궁형을 당하기도 했죠. 말 한마디 잘못했다 신상의 해로움을 넘어 목숨마저 위태로워진 사례는 고래로부터 수없이 많습니다.

직언은커녕 옥덩어리 하나를 옥이라고 했다가 양발을 잘린 사람도 있습니다. 훗날 진시황의 옥새가 된 '화씨의 옥'이 세상에서 옥으로 인정받기까지 과정은 참혹했습니다. 『한비자』엔 정직함이 핍박받는 세태를 '화씨의 옥'에 비유하면서 일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
초나라에서 성이 화(和) 씨인 사람이 초산(현재 호북성 형산)에서 옥을 발견해 여왕(厲王)에게 바쳤다. 여왕은 옥을 다듬는 사람(옥인, 玉人)을 불러 옥을 감정하게 했다. 옥인은 말했다.
"돌입니다."
왕은 화씨가 속이려 했다고 생각하고 그의 왼쪽 발을 자르는 월(刖)형을 내렸다.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했다. 화 씨는 또 그 옥덩어리를 바쳤다. 무왕이 옥인에게 감정토록 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돌덩어리입니다."
왕은 또다시 속이는 짓이라고 여겨 그의 오른쪽 발을 자랐다. 무왕이 죽었다. 문왕(文王)이 즉위했다. 화 씨는 옥덩이를 끌어안고 초산 아래에서 통곡했다. 삼일 밤, 삼일 낮 동안이나. 어찌나 울었는지 눈에선 피가 흘렀다. 문왕이 이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그 이유를 물었다.
"세상에 월형을 받은 사람이 많은데 그대는 어찌 그리 슬프게 우는가?"
화 씨가 대답했다.
"저는 월형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닙니다. 보옥을 돌이라 하고, 바른 사람이 거짓말쟁이로 불리는 것이 슬퍼서일 뿐입니다."
왕은 옥인을 시켜 그 덩어리를 다듬게 했더니 진짜 보옥을 얻게 됐다. 바로 '화씨지벽'이다.
각종 구슬과 옥(주옥, 珠玉)들은 군주가 탐하는 것이다. 화 씨가 비록 아름답지 않은 옥덩어리를 바쳤다 하더라도 왕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화 씨의 두 발이 잘린 뒤에야 보배로 인정받았다. 보물로 인정받는 것은 이토록 어렵다.





'법이 통하는 세상'을 외쳤던 한비자는 이 사례 끝에 이렇게 덧붙입니다.

"지금 군주들이 법술(法術)을 대하는 것이 화 씨 벽을 대하듯 한다. 법술이 있어야 신하들과 선비, 백성들의 사욕과 간사함을 금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법술의 도를 깨우친 자가 죽임을 당하지 않은 것은 제왕에게 그 옥덩어리를 아직 바치지 않아서이다."

『한비자』엔 한비 공자가 한나라 왕에게 올린 상주문 중,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구구절절하게 쓰면서 자기 말을 좀 들어달라고 청하는 <난언>편이 있습니다. 이 편에서 한비자는 말합니다.

"말하는 법도가 맞다고 반드시 듣는 것은 아니며, 뜻과 이치가 타당하다고 반드시 쓰이는 것도 아니다. 왕이 믿지 않으면 작게는 말하는 자가 남을 비방하고 헐뜯는다고 오해받게 되고, 크게는 여러 가지 환란을 당하고, 심하면 목숨을 잃는 재앙으로 닥친다."

그리고 그는 왕을 설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례들을 늘어놓습니다. 왕 중에 성인으로 추앙받는 탕왕조차 현명한 신하의 말을 들어주는 데까지 참으로 곡절이 많았습니다.
#2
옛날에 탕왕은 성인이었다. 그런데 탕왕은 지혜롭기 이를 데 없는 이윤이 70여 차례나 의견을 개진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윤은 솥과 도마를 들고 주방 일을 맡아 하면서 왕을 가까이에서 모셔 친해진 후에야 탕왕이 비로소 그의 현명함을 알고 임용하였다. 이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성인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이윤과 탕왕의 사례로 알 수 있다.





하물며 어리석은 왕의 경우는 어떨까요. 한비자는 '어리석은 자에게는 지혜를 전할 수도, 설득할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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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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