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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350원 바나나 86억 주고 산 사업가 ‘파격’ 제안···“10만 개 팔아드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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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 작품 ‘코미디언’

낙찰받은 中 사업가 “감사하기 위해”

바나나 판 노점상은 주인 아닌 점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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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 설치미술 작품을 620만 달러(약 86억5000만 원)에 낙찰받은 사업가가 작품 원재료로 쓰인 25센트(약 350원)짜리 바나나를 판매한 과일 노점상에게 감사의 뜻으로 “바나나 10만 개를 사드리겠다”고 공언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작품을 20일에 낙찰받은 중국 출신 암호화폐 사업가 저스틴 선은 낙찰 약 1주 후에 엑스(X·옛 트위터)로 이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샤 알람(과일 노점상) 씨에게 감사하기 위해서”라며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매대에서 바나나 10만 개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바나나들은 그(샤 알람)의 매대를 통해 전 세계에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라면서 “유효한 신분증을 제시하고 바나나 1개를 받아가면 된다. 단, 재고 소진 시까지”라고 썼다.

설치미술 문제작 ‘코미디언’(Comedian)은 이탈리아 출신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다. 하얀 벽에 바나나를 덕트 테이프로 붙인 작품인 ‘코미디언’은 카텔란이 2019년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미술 시장의 현실을 조롱하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도 지난해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개최된 마우리치오의 개인전 ‘위’(WE)를 통해 전시된 바 있다.

저스틴 선은 이 작품을 620만 달러(86억5천만 원)에 낙찰받았다. 그의 의도는 “돈 2만5000달러(약 3500만 원)를 해당 노점상에게 주고 바나나 10만 개를 사놓을 테니, 세상 사람 누구나 이 매대로 가면 바나나를 하나씩 받아 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해당 매대는 작품 ‘코미디언’이 경매된 소더비 뉴욕 경매소 근방에 있다.

하지만 선의 의도와는 달리, 이 제안은 실제 노점상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올해 74세인 샤 알람 씨는 시급 12달러(약 1만7000원)를 받고 하루 12시간씩 교대근무 하는 직원으로, 그는 “바나나 팔아서는 이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바나나 10만 개를 브롱크스의 청과 도매시장에서 확보하려면 많은 돈이 들고 대략 100개 단위 박스로 들어오려면 운반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생해서 바나나 10만 개를 다 팔더라도 남는 이익은 6000달러(약 840만 원)에 불과하다. 또 샤 알람 씨는 노점상의 주인이 아닌 직원이기에 이익을 온전히 챙길 수도 없다.

노점 주인이며 ‘라나’라는 이름을 쓰는 모하마드 이슬람(53)씨는 “이익이 나면 샤 알람 씨를 포함해 자신이 운영하는 과일 노점 매대 2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7명과 나눠 가지겠다”고 NYT에 말했다. 다만 이 주인은 바나나 10만 개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아직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문예빈 기자 mu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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