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경북 안동시 풍산대교에서 박준현(34) 소방교가 11m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트레일러 운전자의 손을 잡고 있다. 그는 45분을 버텨 운전자를 구조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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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교통사고로 높이 11m 다리에서 떨어질 뻔한 운전자를 구급대원이 구했다. 이 대원은 다리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린 운전자를 맨손으로 붙잡은 채 45분 동안 버텼다.
28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29분쯤 경북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풍산대교에서 대형 트레일러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난간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트레일러 일부분이 난간 바깥으로 기울어졌고 60대 운전자의 하반신이 운전석 밖으로 빠져나갔다.
현장에 도착한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박준현(34·사진) 소방교는 파손된 운전석 사이에서 운전자를 발견했다. 운전자는 운전석에 쌓여 있던 이불 사이에 상반신만 겨우 걸치고 있었다. 하반신은 트레일러 바깥으로 빠져나가 있었다. 높이 11m의 다리 난간에 매달린 아찔한 모습이었다.
박 소방교가 타고 온 차량은 구조차가 아닌 구급차였다. 그 탓에 구조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는 운전자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손부터 내밀었다. “어떻게 구조해야 할지, 얼마나 붙잡고 있어야 할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고 했다.
약 15분 뒤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추락 사고 우려에 다른 구급대원과 교대할 수는 없었다. 박 소방교와 운전자가 손을 맞잡은 상태로, 운전자 팔을 로프로 휘감아 다른 구조대원들과 연결했다.
박 소방교는 “운전자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사고 충격으로 의식이 혼미한 탓인지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며 “운전자가 두려움에 돌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계속 안심시키며 의식을 잃지 않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사고 트레일러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몇 차례 위급한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운전자는 공포에 휩싸여 발버둥을 쳤다. 키 177㎝에 몸무게 95㎏의 건장한 체격인 박 소방교조차 버티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온 힘을 다해 운전자를 붙잡았다. “조금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온 힘을 쏟았다”고 했다.
그사이 다리 아래 국도에 에어매트가 깔렸다. 굴절차도 도착해 운전자에게 바스켓(탑승 장치)을 댔다. 결국 운전자는 사고 발생 1시간1분 만인 오전 10시30분쯤 구조됐다. 병원 이송 당시 운전자는 사고 여파로 피범벅인 상태였다고 한다. 이날 구조작업에는 박 소방교 외에 안동소방서·예천소방서, 경북도청119안전센터 소속 소방관 20여 명이 참여했다.
박 소방교는 “운전자를 붙잡고 있을 때는 힘든 줄도 몰랐는데,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힘을 준 탓인지 지금도 팔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행히 “특별히 큰 부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가 운전자를 붙잡고 놓지 않는 장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되며 큰 화제가 됐다. 그는 “부끄러움이 많아 이런 상황이 당혹스럽다”면서도 “아내가 5세, 7세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자랑했다고 한다. 얼른 집에 가서 아이들 반응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 소방교는 2016년 11월 20일 입직한 만 8년 차 구급대원이다. 그는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이번 사고가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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