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반도체 주52시간, 예외 허용” 요청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HBM 빨리 만들 수 없나
젠슨 황이 재촉하기도”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HBM 빨리 만들 수 없나
젠슨 황이 재촉하기도”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28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한국 반도체 다시 날자’라는 주제로 반도체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2024.11.28 [사진 = 고용노동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6시만 되면 연구개발(R&D) 인력들이 모두 퇴근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주 52시간 제도 적용 제외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8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한국 반도체 다시 날자’를 주제로 정부·기업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의(암참) 회장, 남석우 삼성전자 사장,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반도체 업계는 대내외 경쟁환경이 심화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현행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신속한 기술개발과 생산력 확보, 대내외 시장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을 위해서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국 기업에 ‘HBM을 더 빨리 만들어 줄 수 없냐’고 얘기했을 정도로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제품 개발에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후발주자임에도 미국과 일본을 쫓아갈 수 있었던 건 속도였는데, 지금도 속도를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난이도가 높은 반도체 연구개발은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점, 고객사의 발주량 변화나 품질 이슈에 따라 업무량 변동이 잦은 특성도 있는 점을 언급했다. 또 연구를 30분만 더하면 되는 상황에 장비 전원이 꺼져 다음날 2시간 동안 장비를 다시 세팅하면서 연구가 지연되는 사례도 공유했다.
발언하는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사진 = 고용노동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부회장은 “인력과 근로시간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 전체의 문제”라며 “한국 반도체 산업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이나 일본처럼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R&D 근로자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조항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고소득 전문직에게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고위관리직·행정직·전문직·컴퓨터직·영업직에 해당하면서 주 684달러 이상을 버는 근로자, 연 10만7432달러 이상의 고소득 근로자를 근로시간 규제에서 예외로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8년 고소득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중국 IT 업계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것을 의미하는 ‘996’ 관행이 만연해 있다.
다만 야당은 특별법마다 근로형태를 따로 규정하면 근로기준법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핵심인재가 집중근로를 못하는 현실이 근로시간 규제의 덫”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1953년 이래 집단적 공장 근로를 전제로 한 근로시간 규제 제도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시대의 산업과 직종에 맞는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홍상진 명지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칩 제조와 소부장 전 분야를 포함한 반도체 산업 분야 기술 경쟁력은 좋은 기술을 적합한 시기에 개발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기 극복과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국가의 적극적 지원과 자유로운 연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부는 기업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노사간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현장 목소리가 국회 논의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김문수 장관은 “반도체 연구개발처럼 시급한 분야에 대해선 송곳처럼 ‘원포인트’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반도체특별법은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금도 반도체나 첨단산업에 특별연장근로를 지원하고 있지만,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하고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하고 힘들다”며 “반도체 특별법으로 반도체 업계가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도록 원안 통과돼야 하고 노동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