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로비 의혹' 박영수 12년 구형…내년 2월 1심 선고(종합2보)

양재식 변호사 징역 7년 구형…"가교 역할하며 범행 가담"

박영수 "탐욕스럽게 살지 않았다…검찰 주장은 허구"

대장동 관련 의혹으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 등)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5.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검찰이 '대장동 로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박 전 특검의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 1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12년과 벌금 16억 원을 선고하고 17억 5000만 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양재식 변호사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6억 원 및 추징금 1억 50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 "금융업무 신뢰성 훼손…거액 수수해"

검찰은 "금융기관 최고위직으로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수사 및 공판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이 사건 청탁이 실제 실현된 1500억 원 상당의 여신의향서가 발급돼 금융업무의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으로서 누구보다 청렴성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자신의 지위를 망각하고 11억이나 되는 거액을 스스럼없이 수수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저버린 것 또한 형을 정하는데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양 변호사에 대해 "피고인은 박 전 특검과 민간업자 사이에서 중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했다"며 "피고인이 있어서 박 전 특검을 통한 우리은행에 대한 청탁이 효과적으로 적시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금품 약속은 물론 실제 금품을 수수하는 범행을 주도했다"며 "가담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본인의 범행을 일체 부인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영수 "검찰 주장은 허구…탐욕스럽게 살지 않았다"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 측은 최후변론에서 검찰의 주장이 허구라고 반박했다.

박 전 특검의 변호인은 "이 사건 수사는 김만배가 만든 가상의 '50억 약속 클럽'이 발단이 되어 수사가 시작됐다"며 "곽상도 전 의원의 무죄 선고 이후 뒤늦게 강도 높은 재수사로 공소가 제기됐고, 많은 사람이 피의자로 수사를 받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방어를 하면서 실체 발견을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의 바탕이 된 남욱, 정영학, 김만배 등 관련자의 진술들은 모두 원진술자의 진술과 다르거나 전문진술로 증거능력이 없고, 계속 변경돼 신빙성도 없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나오는 토지 보상 자문 수수료 100억원과 상가 시행 이익 100억원은 약속 주체가 누군지, 받는 사람이 누군지, 분담 비율이 얼마인지 모두 불분명하다"며 "단독주택 부지 및 주택을 약속받았다는 것도 액수가 특정이 안 돼 특정경제범죄법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전 특검은 최후진술에서 "저의 불민함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에 심려 끼치고 재판부와 검사도 노고케해 저 자신의 고통에 앞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전 특검은 "1차 수사를 받으며 제시된 혐의 사실이 생소했으나 성실히 조사받고 모두 해명돼 사건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연유인지 수사가 재개되고 다른 생소한 혐의 사실이 추가됐다"며 "조사 과정이나 언론을 통해 황당하고 사나운 사실들을 알게 됐고 그간 제 자신과 주변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해 통탄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또 "200억 수수 약속은 저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고 상상도 못 하는데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하고 혐의사실이 구성될 수 있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며 "대장동 개발 사업이 사외이사인 저의 한마디 말로 성사될 가벼운 일도 아닌데 제가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은 "공직자 출신으로서 수신제가는 못하더라도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할 정도로 탐욕스럽게 살지 않았는데, 이렇게 범죄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서는 폐를 끼쳐 괴로움이 크다"며 "삶과 일생을 정리할 시점에 이런 처지가 된 것을 운명으로 여기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양 변호사는 "검찰 2회 조사를 받을 때 검사가 조사를 시작하면서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라고 해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며 "당시 검찰이 물어보지도 않은 활동비까지 진술한 이유는 아는 사실을 모두 얘기하면 결백을 믿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한 것인데, 남욱은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 검사의 사실관계 자료에 맞춰 허위 진술을 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직접적인 물적 증거는 하나도 없고, 남욱과 정영학, 김만배의 믿기 어려운 진술들만 있다"며 "지난해 3월 말 압수수색 이후 심신이 피폐해지고 절망과 낙심에 빠졌지만,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믿음 하나로 어렵게 버텼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종결하고, 내년 2월 13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양재식 변호사(전 특검보)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양 변호사가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지원하는 대가로 수백억원을 약속 받았다고 보고 있다. 2023.6.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등을 지내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 원과 단독주택 부지와 건물 등을 약속받고 8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우리은행으로부터 1500억 원 상당의 여신의향서를 발급받는 대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5억 원을 받고 이 돈을 화천대유 증자금으로 내고 50억 원을 약속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50억 원을 직접 받기 어려워지자 2019~2021년 화천대유에 근무하던 딸을 통해 11억 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2012년 10월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자금 3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양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이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는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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