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인권위원장(맨 오른쪽)과 남규선·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왼쪽부터)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국정감사장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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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취임 이후 ‘좌석 배치’ 문제로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상임위원회가 12월5일에 처음으로 열린다. 상임위원과 사무처 간부를 따로 앉게 해야 한다는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의 주장이 관철돼 사무총장과 국장은 기존의 상임위원과 같은 테이블이 아닌 별도의 보고석에 앉기로 했다. 인권위 내부에선 ‘자유로운 토론 대신 권위만을 앞세우는 겸상 금지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창호 위원장은 25일 열린 전원위원회 비공개 안건 심의 때 “국회에서도 지적이 있었던 상임위 개최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취임 전부터 논의해 12월5일 상임위부터 중회의실로 옮겨 사무총장과 국장이 상임위원과는 따로 보고석에 앉는 것으로 확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3인으로 구성하는 상임위는 주로 인권위의 정책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정기회의는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개최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남규선 위원이 “상의조차 안 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반발하자 안 위원장은 “남 위원이 이전에 반대 표명해서 더 이상 상의할 필요가 없었다”고 일축했고, 이어 김용원·이충상 위원이 좌석배치 변경 취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김용원 위원은 “상임위 자리에 사무총장과 국장이 (상임위원과) 나란히 앉는 건 인권위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 국회처럼 위원들이 따로 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위에서도 상임위원과 배석자의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 내가 담당하는 소위에서는 그렇게 구분하겠다”고 말했고, 이충상 위원도 감사원을 예로 들며 “감사위원 옆에 사무총장·차장·국장 등이 앉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송두환 전 위원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11월22일 열린 인권위 상임위.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은 자신들 옆에 사무총장과 국장들이 앉는 좌석 배치에 불만을 표하면서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상임위원회가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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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인권위 직원들은 “정무직 차관으로서 상임위 참석이라는 본연의 업무는 거부해온 채 ‘자리의 권위’를 앞세워 무리한 의전을 요구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리 재배치’를 주장하는 김용원·이충상 위원이 그동안 사무처 간부와 직원을 경시하는 인식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용원 위원은 송두환 위원장 재임 시절 상임위에서 “국장 따위”라며 사무처 간부들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인권위 직원 ㄱ씨는 27일 한겨레에 “결정권(의결권)은 위원들의 고유한 권한이지만, 인권 의제에 관한 자유로운 심의와 토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특히 해당 의제를 잘 아는 사무총장과 국장들과 함께 더 활발히 토론해야 한다”며 “사무처 간부와 (위원이) 옆에 앉을 수 없다는 건 구시대적인 겸상 금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 ㄴ씨는 “위원회 과거 회의록을 보면 과장들도 위원들과 동등하게 전원위 등에 참여했다. 위원들이 해당 사안 과장에게 질의를 하고 의견을 경청하고 대등하게 토론해왔는데, 이런 게 인권위 정신”이라며 “이충상·김용원 위원도 문제지만 여기에 무력하게 끌려다니는 안창호 위원장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겨레가 인권위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좌석배치를 확인한 결과 기존의 인권위 배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실화해위는 전체위원회 회의 때 대회의실에 위원장·상임위원·비상임위원과 함께 인권위의 사무총장에 해당하는 사무처장이 함께 앉고 있다. 중회의실에서 열리는 상임위원회 회의 때는 상임위원과 같은 테이블에 사무처장은 물론 국장과 과장급 직원이 함께 앉는다. 진실화해위 회의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한겨레에 “사무처 소속 간부들은 개념상 배석이지만 상임위원과 같은 테이블에 앉고 있다. 상임위원들이 사무처 직원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 문제에 관해 따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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