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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단독] 中 저가공세에 만들수록 손해 … 시름 커지는 석유화학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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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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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롯데케미칼이 수십 년간 효자 노릇을 해온 핵심 제품군 생산공장에 대해 칼을 빼든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회사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재도약은 고사하고 현재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만큼 전방위적 구조조정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2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주요 생산공장 전반에 대한 운영 효율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다 생산으로 재고가 쌓인 플라스틱 제품군에 대한 수요처 확보와 함께 더 이상 수익화가 어려운 제품군의 과감한 정리도 포함됐다.

특히 여수2공장에서 생산 중인 에틸렌글리콜(EG)과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생산시설은 최근 박스업(Box-Up·철수 전 정리)을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여수국가산업단지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여수2공장의 EG·MMA 생산시설에서 생산량을 줄이며 박스업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며 "공장을 멈추는 과정이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 박스업이 시작되면 금방 공장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쓰이는 박스업은 사실상 공장 운영 중단을 위한 전 단계로 불린다. 정기 보수를 하거나 점검을 위해서 박스업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실상 공장 폐쇄를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협력업체 관계자는 "공장이 완전히 문을 닫지 않더라도 재고가 쌓이는 문제나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박스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때 3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롯데그룹의 주축을 담당했던 롯데케미칼이 이제는 위기설의 진원지가 됐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413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4개 분기 연속 적자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여러 공장에서 운영 최적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공장을 멈추거나 폐쇄하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과생산된 범용 플라스틱 제품으로 인해 주요 수출국이던 중국 시장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 오히려 중국산 플라스틱이 역으로 국내 시장으로 침투하고 있다. 실제 2023년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5174만t으로 5년 전인 2018년(2565만t)의 두 배를 넘어섰다.

LG화학 역시 여수산단 내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한화솔루션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7000억원대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업계에선 정부 차원에서 전향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시계 제로의 위기 상황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을 심폐소생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무작정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스페셜티)만 키워야 하는 것도, 범용 플라스틱 제품을 무작정 포기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며 "결국 범용 플라스틱 생산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가며 스페셜티 제품군이 그만큼 성장해주는 균형감 있는 전략이 기업단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다음달께 대대적으로 석유화학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세제 감면 혜택, 인수·합병 규제 완화를 포함한 각종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기업 간 인수·합병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추동훈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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