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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물가와 GDP

[Part III ①한국경제]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도전 과제 부상 1400원대 환율·고물가 굳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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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심리적 경계선인 원·달러 환율 1400원대가 뚫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촉발한 ‘달러 강세’가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대선 전부터 ‘트럼프 랠리’를 보이며 한 달도 안 되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에는 파죽지세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 선을 돌파하며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1410원까지 연고점을 경신하며 과거 미국 금리 인상기를 연상케 하는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긴급 구두 개입을 통해 11월 17일 현재는 1390원대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한국은 다시 미국의 환율 관찰국으로 재지정되며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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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400원 뉴노멀?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월 14일 장중 1411.10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가이자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날 달러인덱스 역시 107을 넘어서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정규장 종가 기준으로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1400원대에서 거래를 마감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1달러=1400원’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인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통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2기 내각 주요 인선이 공개되면서 감세, 고관세 부과, 이민자 추방 등 후보 시절 주요 공약들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당분간 차별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지난 11월 14일(현지 시각) 우리나라를 1년 5개월 만에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흑자’를 지정 이유로 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한국은 돈 버는 기계”라고 언급하는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나 관세율 인상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이러한 조처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통상 압박이 추가적인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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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환율 1400원대는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위험이 닥쳤을 때나, 2022년 미국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킹달러’ 현상이 나타났던 시기의 수준”이라며 “직전에 1400원대를 기록했던 올해 4월에는 원화 약세가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이번에는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상승 압력이 한층 강해졌다”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단을 15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환 당국도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당일 시장은 하락 출발 후 곧바로 반등해 1410원 선을 위협하는 등 안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시장의 불안 심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국채 금리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전반적인 금리 상승 압력은 트럼프 당선 직후까지 유효했지만, 국내 경제 상황과 수급 요인이 추가 금리 상승을 막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단단한 수급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트럼프 발 시장 금리 상승 압력을 어느정도 제어해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11월 15일 2400선 아래로 내려가며 부정적인 흐름을 보여줬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리기 보다는 전반적인 투자 회피 성향이 두드러졌다. 당분간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 심리가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 지속 가능성
달러인덱스의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서 주요국 통화가치 절하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부분은 트럼프 트레이딩으로 설명된다. 이는 트럼프 1기 당선 직후에도 나타났던 패턴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물가와 경기 측면에서도 미국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이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모멘텀 지표의 변곡점에서의 기술적 반등 압력도 강달러를 지지하는 모습이다.

현재의 강달러 모멘텀이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인지, 장기적인 상승 추세의 시작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미국 내 펀더멘털 우위가 예상보다 길게 유지되는 상황에 트럼프라는 상방 변수가 추가되었다는 점에서 위험은 더 커진 셈이다.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섬에 따라 이 수준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 달러 강세, 원화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도전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랠리’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월 14일 오전 개최된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국 신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와 함께 세계 경제 성장·물가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라며 “관계 기관은 24시간 합동점검체계를 중심으로 각별한 긴장감을 느끼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환율시장에 구두 개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두 개입은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환율의 급등락을 줄이는 정책 수단이다. 외환 당국은 앞서 중동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상승했던 지난 4월 중순 이후 약 7개월 만에 다시 구두 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홍콩에서 열린 민·관 합동 투자설명회(IR)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쇼크’로 인한 원화 가치와 국내 주가지수 약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배터리나 반도체 등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던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시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지만, 이번 주 이들 재료가 소화된 뒤 어떻게 될지가 중요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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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1년 5개월 만에 미국 정부의 ‘환율 관찰대상국’에 다시 지정됐다. 이에 대해 당국은 “미재무부가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구조개선에 주목했다”라고 강조하며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미국 재무부는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우리 외환 당국이 분기별로 공시하는 순거래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라며 “올해부터 개장 시간 연장과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외환시장 인프라 개선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시행되고 있음에 주목했다”라고 해석했다.

또한 기재부는 “평가 기간에 한국의 경상흑자가 상당 수준 증가했으며, 이는 기술 관련 상품에 대한 탄탄한 대외 수요에 따른 상품수지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라고 설명하며, 이번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환율 관찰대상국 재지정이 단순히 의미를 축소할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환율정책 감시 강화는 향후 한국의 통화정책 및 외환시장 개입에 제약을 가할 수 있으며, 이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감시가 강화되고, 필요시 추가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이를 단순히 의미를 축소하려 하기보다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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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 재지정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국내외 경제 상황을 자세히 관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재촉발 우려 커져
강달러 환경으로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재촉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1월 15일 금리 인하 속도 완화 가능성 발언과 함께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인플레이션 둔화 폭이 예상보다 감소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이후 시장의 경계심이 한층 증폭된 결과로 해석된다.

iM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소매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4% 증가하여 시장 예상치인 0.3%를 상회했다”라며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출을 늘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경제와 고용 시장의 탄탄함을 반영한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9월 소매 판매 수정치가 0.4% 증가에서 0.8% 증가로 상향 조정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자 및 가전제품 부문에서는 2.3%의 증가율을 보였고, 자동차 판매도 1.6% 증가했다. 이러한 소비 증가 추세는 금리 인하 시기와 맞물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제 지표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어 연준의 금리 완화 기조 유지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발언에서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시장의 기대와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으며, 경제지표를 자세히 관찰할 것”이라 강조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한 소비와 고용 시장을 바탕으로 다른 주요 경제국들과 차별화된 성장을 보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재촉발 우려와 연준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시장은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기술주와 반도체 업종의 내림세는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함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1호 (202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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