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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전기차 화재’ 원인 결국 못밝혔다…“배터리시스템 영구손상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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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8월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 등 관계자들이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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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차량이 완전히 불에 타며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영구 손상된 게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걸림돌이 됐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8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량 화재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화재 원인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정확한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천청 형기대는 지난 8월 이후 전담팀을 꾸려 3차례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벤츠코리아 등 4곳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원인을 명확하게 찾지 못한 데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이 불에 타 영구적 손상을 입는 등의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경찰은 지난 8월 합동 감식에서 BMS와 배터리 팩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바 있다. 이후 국과수는 분석을 통해 ▶배터리 팩 내부의 전기적 발열 ▶배터리 팩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BMS 데이터에서 마지막 운행에 대한 기록 및 배터리의 온도·전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데 BMS에선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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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전기차량을 감식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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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대학교수 및 한국자동차안전연구원 등 전문가 16명에게 화재 원인에 대해 자문했지만,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배터리 셀 손상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답변이 있었다”며 “하지만 BMS 획득 불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벤츠 코리아 및 독일 본사를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도 화재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벤츠 본사 기술책임자 등을 조사한 결과 배터리 제조 및 납품 과정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벤츠 측은 ‘차량에 배터리 팩을 장착하고 품질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문제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이 주차되기 전 행적에서도 화재 원인으로 볼 특이점은 없었다. 불이 난 벤츠EQE350+ 차량은 지난 7월 29일 완전충전된 뒤 2시간의 운행 후 지하주차장 1층에 주차됐으며, 이후 약 59시간 뒤 불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차량의 보험 이력과 정비 이력 등을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었고,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차량 하부점검에서도 외부 충격을 줄 만한 운행 이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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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차량에서 불이나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입주민 등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 치료를 받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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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아파트 야간 당직자 2명과 아파트 관리소장, 소방안전관리자 등 총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화재 피해가 커진 원인이 책임자들의 미흡한 조치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야간 당직자 2명은 화재경보가 울리자 4초 뒤 화재경보 및 스프링클러 작동을 멈춘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야간 당직자 등이 스프링클러를 멈춘 사이 중계기 선로에 불이 붙어 선로가 끊겼고, 이후 스프링클러가 작동 불능 상태가 되며 불이 커졌다.

경찰은 “야간 당직자 2명이 화재 경보음이 울리자 경종 및 스프링클러 정지 버튼을 눌렀다”며 “정지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경보기·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소장과 소방안전관리자는 평소 화재 대응 교육이나 훈련을 하지 않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지난 8월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차량에서 최초 화재가 발생한 뒤 옮겨 붙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입주민 등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 치료를 받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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