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사진 유엔 웹TV 화면 캡처 |
우드 차석대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를 의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략 전쟁을 돕기 위한 북한 파병으로 전쟁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며 "유럽 안보에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사를 향해 돌발 질문을 던진 것이다.
발언 기회를 얻은 김 대사는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북한은 이 조약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유지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파병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파병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안보리에서 발언하는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연합뉴스 |
앞서 지난달 25일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도 "최근 국제보도계가 여론화하고 있는 우리 군대의 대러시아 파병설에 유의하였다"며 "그러한 일이 있다면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적 있다.
우드 차석대사에 이어 추가 발언에 나선 세르히 올레호비치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김 대사의 발언을 두고 "싸구려 통속소설(pulp fiction)"이라고 비판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자신의 오른쪽에 앉은 김 대사를 쏘아보며 "북한 대표의 눈을 직접 보고 이 말을 하기 위해 회의장 자리를 지켰다"며 "그는 다른 범죄 정권을 돕는 범죄 정권을 대표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곧 당신과 당신의 지도자는 심판을 받을 것이고, 북한 사람들은 자유로워져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만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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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국제사회가 단합해 불법적인 북·러 협력의 즉각 중단을 촉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황 대사는 "우리는 현재 (북·러의) 불길한 공조를 목격하고 있다"며 "최고 수준의 군사기술을 보유하고 핵사용 문턱을 낮춘 안보리 상임이사국(러시아)이 자국민을 탄압하는 빈곤하고 고립된 (북한)정권과 공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지도자는 병사들을 먼 전쟁터에 보내고 병사들이 받는 월급을 빼돌려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대고 있다"며 "이런 공모가 방치되면 유엔헌장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근간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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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더 많은 미사일 러시아 이전 준비"
이날 우드 차석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이 더 많은 탄도 미사일을 (러시아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지난 25일 북한이 KN-23과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00여발을 러시아에 제공했으며, 발사대 유지 보수를 위해 군 전문가들을 파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북한산 170 장거리 자주포와 240㎜ 장거리 방사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북한이 최근 생산한 170㎜ M-1989 자주포와 개량형 240㎜ 방사포 62문씩을 러시아에 인도했다고 전했다.
우드 차석대사는 "(러시아가 무기를 공급받는 대가로) 북한에 방공망을 제공했다는 정보도 있다"며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연료·기술·장비 등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탄약 등이 담긴 컨테이너 1만8000여 개와 탄도미사일 100기 이상을 불법으로 공급했고, 러시아에 공급된 무기가 키이우·자포리자 등 인구 밀집 지역을 공격할 때 쓰였다고 주장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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