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소방 출동 잘하나 보자" 일부러 논에 불 지른 경북도의원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북 상주 논두렁 화재 신고
출동 대원에 "진압 잘했다"
소방노조 "갑질·권한 남용"
한국일보

지난 18일 119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된 경북 상주 화산동 논두렁의 화재 현장. 경북도의원들이 소방 출동 태세를 점검한다는 이유로 불을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도의회 소속 도의원들이 소방 출동 태세를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고의로 논에 불을 지른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다. 가을철 산불 예방 기간에 소방 인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28일 경북도의회와 소방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 40분쯤 경북 상주 화산동의 한 논두렁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상주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앞에 연기가 났다. 건물은 아니고 논두렁이다"라고 화재 상황을 설명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은 즉시 펌프차 2대와 대원들을 출동시켰다. 현장 도착까지 8분이 걸렸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화재 면적은 넓지 않았다. 고작 모닥불 크기였고, 진압 시간은 10~20초에 불과했다.

알고 봤더니 자연적으로 발생한 화재가 아니었다.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소방 출동 태세를 점검하겠다며 일부러 불을 지핀 뒤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고자도 위원회 소속 직원이었다. 도의원들은 소방대원들에게 "신속하게 출동해서 진압을 잘했다"고 격려하며 악수했다고 한다.

도의원들의 황당한 의정활동에 소방노조는 반발했다. 김주철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경북본부위원장은 "도의원들의 갑질이고 권한 남용"이라며 "정기 훈련과 불시 출동 훈련까지 따로 있는데 무슨 짓이냐"고 비판했다. 특히 화재 신고가 있었던 18일은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11월 1일~12월 15일)'에 해당해 소방대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시기였다.

도의원들은 이날 행정사무 감사 과정에서 도민 안전을 확인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현장에서 불을 직접 지핀 것으로 알려진 김진엽 건설소방위 부위원장은 연합뉴스에 "경북소방 출동 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늦고 그중에서 상주가 또 최하라서 점검했다"고 말했다.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는 전원 국민의힘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