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셈법 복잡해진 한국 정부
방공망 시스템 등 요청한듯
조기종전론 트럼프 당선 이후
韓 기존 입장 고수 어려워져
한러관계 복원 부담도 리스크
尹 “실효적 대응 방안 찾기를”
전문가 “미국에 보조 맞춰야”
방공망 시스템 등 요청한듯
조기종전론 트럼프 당선 이후
韓 기존 입장 고수 어려워져
한러관계 복원 부담도 리스크
尹 “실효적 대응 방안 찾기를”
전문가 “미국에 보조 맞춰야”
방한 중인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27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용산 국방부 청사에 도착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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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27일 접견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한국에 무기 제공을 희망해왔지만 신속한 종전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방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정부로서는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전해진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
윤 대통령과 특사단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북러의 불법적 군사협력에 대한 단호한 대응에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특사단은 방한의 주요 목적인 무기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특사단의 방한으로 인해 정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공격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지키며 무기체계가 아닌 의약품과 군수물자 등을 보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북·러 군사동맹이 복원된 데 이어 북한이 대규모로 러시아 파병까지 감행하자 정부도 공격무기 지원 가능성까지 열어두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파병과 관련해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무기 지원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원 가능성을 직접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자 다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 됐다.
이날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일단 ‘대공 방어망’을 확충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체계를 우선적으로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에 비해 미사일 전력이 절대 부족한 우크라이나로서는 주요 방어 거점에 대한 방공망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달 KBS와 인터뷰에서 “우린 한국으로부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방어, 특히 방공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체계를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직후부터 펼칠 ‘종전 드라이브’를 고려하면 한국이 미국 권력 교체기에 먼저 무기 지원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부 안팎에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현실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도 조기 종식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의 약 65%를 담당하는 미국이 지원을 멈추거나 줄인다면 사실상 이 전쟁은 지속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차기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철저히 보조를 맞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것은 국익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정부로서는 종전 이후 한·러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는 그동안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양국 관계의 ‘레드 라인’으로 설정하고 여러 차례 협박성 경고를 보냈다. 알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깨달아야 한다”고 겁박했다.
또 “(무기 지원시)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이에 대응할 것”이라며 “이것이 한국 자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역시 북한에 첨단 무기체계나 군사기술을 제공해 한국의 안보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는 위협성 발언인 셈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래도 방어용 무기체계 지원을 결단한다면 ‘구형’ 호크·미스트랄 지대공미사일을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무기체계는 이미 노후화해 사실상 폐기 직전이고, 국산화된 장비들로 대체돼 한국군의 대비태세 유지에도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호크·미스트랄 지대공미사일은 이미 미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실전에서 쓰이고 있어 추가적인 교육훈련 인원 파견도 필요하지 않다. 일부에서 거론되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지원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낮다. ‘천궁’의 경우 K방산 수출의 핵심적 무기체계 중 하나로 현재로선 생산 일정상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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