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웡 NSC 수석 부보좌관
트럼프 2기 대북 협상 이끌 듯
2018년 방북 당시 모습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NSC 국가안보 수석부보좌관으로 지명한 알렉스 웡(가운데)이 2018년 7월 방북했을 때의 모습.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였던 웡은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국무장관이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회담하는 현장 등에 배석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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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을 총괄할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 부보좌관 지명자에게 한반도 주변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회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생긴 현상이다. 로이터통신은 26일 트럼프 당선인 측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새로운 외교 노력이 (북한과) 무력 충돌할 위험을 줄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미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김정은이 다시 마주 앉으려면 트럼프 1기에서도 미북 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한 웡의 역할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2일 웡 발탁을 발표하면서 한 말도 “(그는) 김정은과 나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였다. 그만큼 북한 문제에 대해선 웡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정인성 |
1980년 생인 웡은 중국계로 부모가 광둥성 출신으로 알려졌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회담 때부터 그를 만난 한 외교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원칙이 분명하다”며 “야심도 크고, 예의 바르고 똑똑하다”고 평가했다.
웡은 미국의 ‘수퍼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명문 사학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 법학박사(JD)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하버드 법학 리뷰의 편집장과 하버드 국제 법학 저널 에디터 지냈다. 이어서 톰 코튼 상원의원 외교 정책 및 법률 고문, 밋 롬니 대선 캠프 외교 및 법률 정책 책임자로 활동했다. 변호사 자격을 갖고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의 재판 연구원, 민간 로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웡은 트럼프 1기 초기에 미국과 북한이 강하게 대립하다가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때인 2017년 12월 국무부 대북 특별 부대표로 발탁됐다. 이후 트럼프 1기 내내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를 보좌하며 북핵 협상에 깊이 관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할 때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 북측과 직접 협상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그가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는 문재인 정부에 맞서 제재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한미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워킹그룹 회의에서 미국 측 단장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세였던 최종건(나중에 외교부 1차관)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수차례 논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웡 단장이 없었더라면 대북 제재의 틀이 허물어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 대북 지원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웡은 2021년 8월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에 영입되면서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그의 직함은 정책 관련 총괄 임원(Head of Public Affairs)으로 쿠팡 미국 워싱턴 DC 사무소에서 미국 상무부와 국무부, 의회 등을 상대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웡은 쿠팡에서 부사장급을 맡으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쿠팡이 한국 시장에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고, 어떤 고용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웡은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강한승 쿠팡 대표와 만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투자(FDI) 절반을 쿠팡이 유치했다’고 설명하면서 한미 경제 협력에 대한 쿠팡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앞날을 격려해 줬다”고 쓰기도 했다.
웡은 한국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한 번은 2022년 12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를 방문하는 행사 때다. 웡이 직접 기획한 행사로, 그는 이 행사 사회를 보기도 했다. 웡은 27일 현재 여전히 쿠팡 소속으로 최근까지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로 워싱턴 DC에 머물기 때문에 화상 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내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쿠팡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계라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미국에서 교육을 잘 받은 정통 엘리트를 만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한국 외교부는 웡이 수석 부보좌관이 돼 안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내정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국방 장관 등 외교 안보 ‘빅3′ 와 아무런 접점이 없었는데, 한국을 잘 알고 북핵 문제에 깊이 관여해 온 그가 발탁된 것은 좋은 신호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 차르’ 라는 별명이 붙은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의 역할을 트럼프 2기 때 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웡이 더욱 고도화된 북핵 문제에 얼마나 비핵화 원칙을 지키며 트럼프를 제대로 보좌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웡이 아무리 북한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려고 해도 업적 쌓기에 치중하는 트럼프를 막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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