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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사투리로 옮긴 <어린 왕자>. 제목은 <언나 왕자>, 강원도에선 어린이가 ‘언나’, 어른은 ‘으런’ 그런갑다. 레올 베르트에게 보내는 서문부터 달달해라. “이 으런이 저 푸랑쓰서 살구 있는데 머이 아주 배르 곯코 전상 추위에 벌벌 떨매, 거서 고상으 하구 말구야. 고 맴이르 쫌 헤워줘야 대찮겠나. 요 연유르 모둥 듣구두 머이 상그도 부족허다 하믄 내거 이그르 언나쓸 찍에 고 으런한테 베킬꺼니. 이보오야, 아 으런들도 마커 언나 시절으 다 객었잖소. 안 그루우….” 나무 한 그루 할 때 그 그루 아니고 안 그렇냐는 말, 안 그루우.
어른도 다 어린 시절을 겪고 어른이 돼. 어린이 마음도 헤아리고, 어른 맘도 짚어가며 살았으면 해. 전라도에선 ‘올채(옳아), 긍게 긍게로, 그람 그라재’ 이런 말로 같은 맘 동의를 표한다. ‘그렁가 안 그렁가’ 하면 그렇다고 해야 좋아하지 기어 안 그렇다 버팅기면 삐지지 않겠나. 강원도에선 그루우 안 그루우~ 묻는가 보다. 말마다 어깃장 말대꾸, 줄창 딴지를 거는 ‘자동 반대’ 심술쟁이 청개구리를 만나면 잘되던 일도 와르르. 그루우 안 그루우? 하지만 말이 통하고 손발이 맞는 친구랑 있으면 며칠을 같이해도 피로감이 덜해.
딱 피곤한 사람을 어쩌다 만나게 되는데, 빤질빤질 어깃장을 놓고, 그러냐 안 그러냐 동의를 묻지도 않아. 이런 사람이 만나자면 토끼처럼 재빠르게 도망치는 게 낫다. ‘으런(어른)’이 돼도 ‘언나’보다 못한 우격다짐 밀어붙이기. 그런 ‘통치술’로다가 나라를 통째 밀어붙이기식. 개발독재 시대로 돌아간 것 같아 씁쓸하다. 그루우 안 그루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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