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시총 맞먹는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
‘이사 충실 의무 확대’ 상법개정 앞두고 선제적 ‘꼼수’ 추진 시각도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차증권이 시가총액에 버금가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후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여름 두산발 ‘합병비율’ 논란에 이어 최근 주주권에 역행하는 유상증자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국내주식 회의론’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증권 주가는 전날보다 13.07% 급락한 7650원에 마감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 이사회는 전날 전체 상장주식 수의 약 95%에 달하는 3012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주식을 신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하겠다고 공시했다. 주당 신주발행가액(예정치)은 전날 종가 대비 25% 할인된 6640원으로 총 모집액은 약 2000억원이다. 즉 지금까지 발행한 주식 수만큼의 주식을 낮은 가격에 새로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유상증자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회사의 성장을 위해 사용한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증권업은 자기자본이 클수록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넓어져 자본금 확충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주주와의 소통 없이 낮은 가격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 가뜩이나 낮은 주주가치를 더 크게 희석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증권의 주가는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주주들을 고려했다면 적어도 시설자금 등으로 사내 유보금을 먼저 사용하거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성의’를 보여야 했다고 말한다. 올 3분기 기준 현대차증권의 이익잉여금은 6215억원으로 이번 유상증자 조달금액의 3배가 넘는다.
현대차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차는 대기업 중에서도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곳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주식 종목토론방에선 “현대가 이럴 줄은 몰랐다”는 불만도 나온다. 현대차증권 지분 25.43%를 보유한 현대차는 이번 유상증자 배정 물량의 100%를 청약하겠다고 밝히면서 ‘달래기’에 나섰다. 현대차 이사회는 이날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1조원대 자사주 매입안도 의결했다.
최근 고려아연, 이수페타시스에 이어 현대차증권까지 유상증자발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휩싸이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증시 투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장사들이 미리 무리한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이 적극적으로 주주와 소통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상증자의 목표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고, 불안한 투자심리를 달래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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