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관세 인상, 무시해도 될 변수일까…PCE 인플레이션에 주목[오미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6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 가치가 급락했지만 의외로 미국 국채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며 미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

머니투데이

S&P500지수 최근 6개월간 추이/그래픽=김지영




관세 인상 발표에도 국채시장 '덤덤'

미국의 관세 정책은 수입품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조시키기 때문에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그럼에도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301%로 0.039%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이날 발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에 금리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점진적으로 인하할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이 역시 국채수익률 상승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채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무반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BMO 캐피탈마켓의 금리 전략가인 이안 린겐은 이날 투자 메모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관세 인상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시장이 이번 발표에 별로 놀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채시장의 반응은 '무역정책으로써 관세'에 대한 강조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을 뿐 아니라 관세 인상이 현실화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되지 않고) 일회성에 그친다는 인식을 투자자들이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관세 인상에도 증시 상승한 이유

실제로 옥스포드 이코노믹스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부과로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의 지출이 국내 생산품과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수입품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가 부과돼도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최대 0.7% 오르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리서치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겸 회장인 롭 아노트는 이달 초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심각한 무역 갈등으로 번지지 않는 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의 영향을 계산해 보면 관세가 (미국 경제의) 바늘을 크게 변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날(25일)엔 트럼프 당선인이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콧 베센트를 재무부 장관으로 선택했다는 소식에 거의 0.15%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이는 지난 8월2일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이다.

이 같은 국채시장의 안정세는 이번주 이틀간 미국 증시를 끌어올리는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관세 인상, 장기적으론 성장에 타격

반면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칼 와인버그와 루빌스 파루키는 이날 보고서에서 관세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19년에 이뤄졌던 관세 인상은 CPI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 관세가 상대적으로 점진적으로 인상됐고 대부분의 국가에 전면적으로 부과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올리면 "관세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금리 인하를 잠시 중단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들은 "연준의 대응과 상관없이 트럼프 당선인이 공표한 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미국의 실질 소득은 줄고 국내총생산(GDP)은 감소할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하면 GDP는 더 많이 감소하고 관세가 물가 불안을 유발하면 인플레이션이 올라가 실질 GDP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BMO 캐피탈마켓의 린겐도 관세는 수요를 감소시켜 현재 놀랍도록 탄력적인 미국 경제의 경로를 약화되는 쪽으로 바꿔 놓을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관세 인상 지속성이 관건

다만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와인버그와 파루키는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무역 상대국에 대한 협상 카드로 활용되는 것뿐인지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모호성 때문에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 발표가 이날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대폭 감소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펜타닐 등 불법 마약의 유입과 불법 이민자들의 행렬이 중단될 때까지 새로운 관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북미 담당 부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브라운은 투자 노트에서 "미국으로의 마약 공급을 차단하거나 국경을 보호할 만한 신뢰할 만한 조치를 제시하면 이러한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멕시코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9년에 이러한 방식으로 지금과 비슷한 관세 인상 위협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PCE 물가지수 발표

한편, 2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자정)에는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지난 10월 PCE 물가지수는 하락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소폭 반등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PCE 물가지수의 전월비 상승률은 0.2%로 지난 9월 0.18%보다 소폭 올라갔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비 상승률도 2.3%로 지난 9월의 2.1%에 비해 반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월비 상승률이 0.3%로 지난 9월 0.25%보다 올라가고 전년비 상승률 역시 2.8%로 지난 9월의 2.7%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들은 지난 10월 PCE 물가지수를 통해 오는 12월 17~18일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12월 금리 인하 기대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12월 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66.5%로 동결 가능성 33.5%보다 거의 두 배가량 더 높게 반영돼 있다.

11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도, 제약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가 어느 수준인지 불확실하다며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며 중립 금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다음달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한 셈이다.

이에 대해 산탄데르 미국 캐피탈마켓의 수석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스탠리는 CNBC에 "연준은 현재 금리가 여전히 중립 금리보다 상당히 높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나는 연준이 12월에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26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서버 및 PC회사 델 테크놀로지스와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PC 및 프린터 제조업체 HP는 시간외거래에서 일제히 주가가 하락했다. 최근의 주가 상승폭에 비해 실적이 기대 이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델은 시간외거래에서 11% 이상 급락했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5.7%, HP는 7.5% 미끄러졌다.

이번주 증시는 오는 28일에 추수감사절로 휴장하고 29일엔 오후 1시에 조기 폐장한다. 이에 따라 휴가를 떠나는 투자자들이 많아 거래량은 평소보다 적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