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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무기 리스트' 들고 韓 온 우크라 특사단…정부는 '트럼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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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크라이나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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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이끄는 특사단이 27일 방한하며 한국 정부의 무기 지원 딜레마도 깊어지게 됐다. 정부는 그간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제공하는 반대급부의 내용, 북한군의 전투 관여 수위 등을 무기 지원 여부의 주요 기준점으로 삼아왔다. 다만 이제는 취임 뒤 조기 종전을 선언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도 주요 변수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에서 나온다.

이날 오전 특사 자격으로 입국한 우메로우 장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친서나 메시지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게 주요 임무다. 특히 특사단 10여명 중 우크라이나 해외정보국 핵심 당국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전선에서 수집한 북한군 관련 최신 동향 정보를 한국 측에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이 “북한군의 관여 수위가 심각하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이밀며 한국 측에 무기 지원의 정당성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한군 동향 정보 근거로 무기 지원 요청할듯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방어용 무기부터 단계적으로 할 것이란 원칙도 공개했다. 이는 정부가 방어용에서 공격용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무기 지원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혔다.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한국 측을 직접 만나 가장 시급한 ‘무기 리스트’를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공 탐지 레이더나 요격 미사일, 지뢰 살포기 등 방어 무기, 박격포와 155㎜ 포탄 등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담길 수 있다.

그간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포탄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다”(지난달 3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특사단 방문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한국에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할 경우 정부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 있다. 불법적 침략 전쟁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북한군 파병에 대응한다는 명분과 무기 지원으로 인한 득실을 냉정히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미 행정부 교체기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서 감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로선 ‘막판 화력 지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조 바이든 현 행정부에 적극 호응하기도 어렵고, 아직 출범도 전인 트럼프 정부와 정책 방향을 조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결국 트럼프 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 기조가 주요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쟁 종결" 기조 뚜렷



정부는 차기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측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25일 미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의 긴장 고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대인 지뢰 지원 결정이 우크라이나전을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 양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확전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어 “북한이 전쟁에 개입하고 한국도 개입을 고려 중”이라면서 “지금은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 책임 있는 종식 (responsible end)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무기 지원을 개입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 트럼프 측이 한국에 신중하라고 촉구하는 것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전 종전은 트럼프 당선인으로선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평화의 성과’가 될 수 있다. 앞서 1기 행정부(2017년~2021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으로 노벨 평화상을 노렸던 트럼프는 2기 정부의 대외 유산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 짓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러시아의 추가 대응을 불러올 수 있는 한국 정부의 ‘마이웨이 무기지원’은 한·미 간 긴장을 불러오는 현안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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