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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메모리 ‘대표이사 직속’으로 승격···사업지원TF는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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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전영현 부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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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회사의 ‘대들보’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무게를 싣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메모리사업부가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승격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사업부장을 겸임한다.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투자에서 적기를 놓쳤다는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메모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는 성격의 인사다.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노릇을 하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의 수장인 정현호 부회장은 자리를 유지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27일 발표했다. 반도체 담당 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로써 스마트폰·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의 한종희 대표이사와의 ‘투톱 체제’가 구축됐다.

DS 부문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은 경질됐다. 전 부문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한다.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한진만 DS 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맡는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전환하고 파운드리 사업 수장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다시 메모리’···이재용 “반드시 극복” 반영됐나


삼성전자의 이날 사장단 인사는 ‘다시 메모리’로 압축된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메모리-파운드리-설계(시스템LSI)’의 3축 체제였으나,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메모리가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이 높아졌다. 김용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이 DS 부문 경영전략담당을 맡는다.

이는 올해 내내 ‘삼성전자 위기론’이 분출한 가운데 시행된 인사다. 위기론의 핵심에는 HBM이 있다.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기업들은 AI 연산용 칩의 데이터 처리를 보조하는 용도로 D램을 쌓아 만든 HBM을 가져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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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 삼성전자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왼쪽)과 남석우 신임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달리 HBM 사업이 수익성이 낮다고 보고 투자를 소홀히 해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 결과 지난 3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은 전망치(4조원대)에 못 미치는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7조300억원)의 55% 수준이다.

HBM뿐만 아니라 일반 D램마저도 과거 ‘초격차’로 대변되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인사에 앞서 전 부문장은 D램 제품 설계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2020년부터 이끌어온 최시영 사장은 경질됐다. 삼성 파운드리는 낮은 수율(양품 비율) 문제로 인해 대형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어왔다.

한진만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은 2022년부터 미국 반도체 사업을 지휘해왔다. 올해 3월 한 전시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HBM 5세대 제품인 ‘HBM3E’을 소개하고 친필 서명도 받아낸 바 있다.

파운드리사업부에는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도 새로 생겼다. 남석우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제조·기술담당이 해당 보직을 맡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빅테크 고객을 상대해온 한 사장과, 기술에 정통한 남 사장을 기용해 파운드리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 2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항소심 최후 변론에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현호 부회장 유임···‘올드보이 귀환’ 지적도


반도체 사업 외에는 대부분 기존 보직을 지켰다. 스마트폰·가전 담당 DX 부문은 한종희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이어간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과 용석우 VD(영상가전)사업부장도 유임됐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도 자리를 지킨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미니 사령탑’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를 2017년부터 이끌어왔다. 계열사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이 회장을 보좌해 인수합병·투자 등 주요 결정을 내리는 역할이다.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과 관료화돼가는 내부 조직문화 등의 배경에는 사업지원TF의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안정적인 리스크 대응을 위해 정 부회장을 유임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드보이들의 귀환’도 돋보인다. 전 부문장은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았다. 10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퇴임 임원까지 복귀했다. 지난해 현업에서 물러난 이원진 상담역이 DX 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기용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인재 부족’을 나타내는 징후로 해석한다.

삼성전자는 “경영 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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