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더불아민주당-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번갈아 지낸 이력의 정치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의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지엽적인 일로 꼬투리를 잡아 대표를 자꾸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서, 결국 흔히들 얘기하는 '김옥균 프로젝트'를 실행하려고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갖게 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27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가 게시판에다 글을 올리지 않았다는 건 확인된 것 아니냐. 가족들이 누가 그런 걸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지엽적인 일"이람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은 한동훈 체제가 흔들리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된다"며 "한 대표가 그래도 63% 지지로 당선된 사람인데 그 사람을 흔들어낸 다음에 국민의힘의 위치가 어떻게 될 거라는 것은 모두가 다 스스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한 대표의 반대 세력이 '한 대표를 어떻게 축출하면 자기네들이 당을 장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당 장악한다는 의미가 뭐가 있나"라며 "과연 그렇게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냐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2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와 김민전 최고위원이 공개 설전을 벌인 데 대해(☞관련 기사 : 친윤 파상공세에 한동훈 작심 반격 "당게, 대통령 욕하라고 만든 것") 지적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최고위에서 고위당직자가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는 것 자체는 별로 국민의힘을 위해서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최고 의결기관인 최고회의에서 최고위원이 대표에 대해 어려운 질문을 해서 서로 불화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인다는 것이 당으로서는 치명적인 것", "그냥 좀 한심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중진들께서 당의 미래를 위해 현재 이런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신중을 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윤석열 정부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 총리' 등 현재 거론되는 카드 이전에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정책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일부 언론에 차기 총리로 하마평이 나오는 데 대해 "무슨 경제 전문가가 총리가 되는 것이 좋겠다 하니까 이창용 총재가 부각되는 것 같은데, '경제 총리'로 말하자면 지금 한덕수 총리만한 사람도 없다. 한덕수도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를 한 사람이고, 부총리도 지냈고 경제 각료를 쭉 했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지난 과거와 현재를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한덕수 총리를 가지고도 지금 경제를 이런 상황으로 끌고 왔는데 무슨 새로운 경제부총리가 온다고 해서 달라지거나 하리라는 생각을 안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헌법상 총리라는 사람이 별로 아무 권한이 없다. 그러다 보니까 총리가 아무리 경제 전문가라고 해도 경제정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없다"며 "총리는 야당과 잘 협의를 해서 국회 인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거라고 생각하고, 대통령께서 경제정책에 대한 자기의 사고를 바꿔서 대통령이 직접 부총리와 함께 경제를 운영하면 그걸로서 경제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2016년 1~8월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지냈던 민주당 상황에 대해 그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완전히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2심 재판이 유죄로 확정된다면 이 대표 자신도 당의 장래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일정이 당겨지거나 재판 일정이 지연돼 사법 리스크를 우회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선거를 조기에 실시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재판 지연은 법원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는 거지 민주당이 임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최근 공천개입 및 여론조사 조작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자신에게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수시로 보고하고 전화통화·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나는 사실은 전혀 기억을 못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하도 그런 얘기가 돌아서 과거에 있었던 비서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여론조사를 한 것을 자기가 출력해서 내 책상 위에 놨다고 얘기를 하더라"며 "그런데 나는 여론조사 자체가 선거에 별로 그렇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과정 등에 명 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것은 당의 공식적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다 그걸 관리를 했지 나는 일체 관여를 한 적이 없다"며 "선관위에서 관리해서 나경원과 오세훈이 경쟁을 하다가 오세훈이 당선된 거고, 그 다음 오세훈이 당에서 후보로 정해진 다음에 안철수와 단일화하는 것은 양쪽 당 대표가 나와 협의해서 여론조사 방법을 정했지 거기에 명태균의 여론조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명 씨와 빈번하게 소통했다는 부분에 대해 그는 "솔직히 얘기해서 명태균이 새벽에 나한테 전화를 하면 내가 받기는 했어도, 그 사람한테 내가 새벽에 전화한 적이 없다"면서 "명태균을 만나보면 자기가 자기 얘기를 하는 거지, 내가 그 사람을 데리고서 무슨 의논을 하거나 그런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과 한국정치의 과제'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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