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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기자수첩] 금양, 진짜라면 숫자로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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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렇게 하면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만들어지겠냐. 주주들의 이익 문제도 있다. 저희가 어떤 범법 행위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게 아니지 않느냐.”

석 달 전 2차전지 소재 기업 금양의 유상증자 소식을 보도한 이후 회사 담당자가 해명하면서 전한 말이다. 금양은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져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사가 아닌 공시를 통해 알려져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도 했다.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허나, ‘K증시’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상당수 자본시장 관계자가 금양의 유상증자 계획을 알고, 미리 주식을 팔고 있었다. 개인투자자들만 모르는 상황인데, 공시 사항이라는 이유로 보도하지 말아야 했던 것일까. 그건 아니리라 확신한다.

‘주주들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 ‘범법 행위는 아니다’라는 말을 했던 금양에 지금 시점에서 되묻고 싶다. 금양은 정말 (주가가 아닌)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말이다.

많은 금양 투자자가 주가 하락에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20만원을 넘보던 주가는 이제 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집권 후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와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둔화)으로 2차전지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금양은 대규모 유상증자까지 추진하고 있다.

보여준 것은 없는데, ‘뻥튀기 공시’로 주가를 띄웠다는 의혹만 있다. 금양은 지난해 몽골 광산개발업체 몽라의 지분 취득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당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4024억원과 1610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이를 각각 66억원과 13억원으로 대폭 조정했다.

겹악재 속 금양이 살아날 방법이 있다. 단 그 방법은 내러티브(특정 자산이 오르는 이유)와 주식 세일즈가 아닌 실적 개선이다. 그간 보여준 장밋빛 미래는 유통기한이 끝났다. 여러 의혹과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숫자가 찍히면 모두 입을 닫고, 조용히 ‘주식 매수’ 버튼을 누를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도 회사가 제시하는 미래만 믿고 주식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유증 기사를 쓴 날, 지인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금양에 투자했는데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유상증자가 진짜냐고 묻기도 했다. 기사에 나온 내용 그대로고, 주가는 신도 모르는 영역이기에(실제로 다음날 주가가 잠시 반등했다) 말을 아꼈다.

지인은 금양이 말하는 내러티브엔 빠삭했지만, 실적이나 곳간 사정엔 어두워 보였다. 보도 이후 주식을 바로 팔았다면 투자금의 절반은 지켰겠지만, 그가 주식을 팔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최근 금양은 몽골 광산을 시찰할 주주 대표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오해를 풀겠단 취지 같지만, 이보단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일론 머스크도, 젠슨 황도 한때는 사기꾼 취급을 받았지만 숫자를 보여줬기에 지금은 전세계 투자자들로부터 (간혹 괴짜라는 소리는 듣지만) 칭송받고 있다. 금양이 숫자로 보여주기 전까진 개인 투자자들도 관심을 거두길 권한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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