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으로 생생한 현장 묘사와 배우들의 처절한 연기로 완성됐다. 생생한 화재현장 묘사와 배우들의 처절함과 덤덤함을 오가는 감정연기가 연말 뜨거운 감동을 약속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소방관'의 한 장면.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2024.11.27 jyyang@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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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소방서에 신입 소방관 철웅(주원)이 들어오면서 구조대장(유재명)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구조에 나서는 반장 진섭(곽도원)에게 불만을 품는다. 매번 가장 많은 요 구조자를 구조해내는 덕에 그의 독불장군식 운영에 반기를 들 수 없었던 철웅은 가장 소중했던 동료를 잃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괴로워한다. 복귀한 철웅은 시험을 준비해 소방 간부가 되겠다고 진섭과 대립하지만 고집스럽게 사람을 구하는데 집착하던 진심을 알게된 뒤 그의 지휘에 따라 결국 함께 현장으로 나간다.
주원은 초보 소방대원으로서 조금은 심약한 듯, 화재현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방법과 재난 대처에 대해선 이론에 빠삭한 만큼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대장을 못마땅해하기도 한다. 결국 화재 현장에서 용태(김민재)를 잃은 그는 보란듯이 방황한다. 수많은 두려움과 의심 속에서도 결국 소방관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그의 표정은 관객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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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섭 역의 곽도원은 전형적인 정 많은 아저씨같다. 겉으로는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진심은 하나다. '소방관의 기도'를 늘 되뇌며 현장으로 들어서는 그의 뒷모습은 크고 단단하지만 쓸쓸하다. 구조대장 역의 유재명 역시 인간적인 면모가 빛난다. 예산이 나오지 않아 아내 카드로 몰래 장비를 사서 선물하는 장면에선 그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돋보이는 동시에 여전히 열악한 소방관 처우와 현실을 생생하게 들춰낸다.
'소방관'이 가치있는 이유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2001년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화재사건에 투입돼 건물 붕괴로 숱하게 대원들이 희생됐음에도 현재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무려 19년 전 사건 이후 2020년에야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된 것과 더불어, 여전히 제대로 된 장갑 하나 지급받기 어려운 상황을 영화에선 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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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소방관이 매 현장에 나가는 이유,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숭고한 일의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일깨우는 작품이다. 누구나 당연히 사람 목숨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당연한 듯 잊고 살아간다. 단순히 살아가는 일에 몰두하기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최소한 무엇이 중요한지 환기시킨다. 삶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불변의 가치, 그것을 지켜주는 모든 것들에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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