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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지방외교 시대 도래했다”···첫 ‘한·중앙아 지방협력’ 포럼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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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민봉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이 26일 서울에서 열린 ‘제1회 한-중앙아 지방협력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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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교 32년째를 맞은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의 협력이 중앙정부를 넘어 지방정부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방외교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2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제1회 한-중앙아 지방협력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4개국 8개 지방정부 대표단, 대사관, 학계, 민간 전문가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지방외교 시대의 도래”


이날 포럼은 지난해 9월 열린 ‘한·중앙아시아 지방협력 원탁회의’에서 다자협력을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따라 추진됐다. 포럼은 참가국 지방정부 간에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자 지방외교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이기도 하다.

유민봉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은 축사에서 “지난해 원탁회의가 한·중앙아 지방협력의 첫 발걸음이었다면 오늘 포럼은 지속가능한 지방정부 네트워크의 본격 출범을 의미한다”라면서 포럼의 의의를 강조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앙아시아 각국도 도농간의 격차가 크고, 청년층의 실업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역이 살아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공감대도 공유하고 있다.

유 사무총장은 “지역 주민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 간 협력은 필수적이다”라면서 “지방에서 시작된 문제는 지방정부가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법을 고민하는) 이 같은 교류는 그 자체로 지방외교 시대의 도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도 지방외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영규 대전시 국제관계대사는 “지방정부 혹은 지자체의 국제교류, 협력업무가 늘고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면서 “지방정부가 국제역량을 키우면 중앙정부가 수행하는 외교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지방외교가 국가 외교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누르갈리 아리스타노프 카자흐스탄 대사는 “지방협력 포럼은 양국 협력 관계의 정점을 뜻한다”면서 “21세기 지방은 성장의 중심지이자, 인간 문명의 중심지로서 더 많은 외교 활동이 도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다 이스마일로바 키르기스스탄 대사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 차원에서 양국 관계를 심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투아레프 마루프칸 키르기스스탄 바트켄주 부지사도 “한국 지역과 경제·에너지·교육·문화 영역에서 상호교류를 확대할 잠재력이 크다”면서 “양국 협력을 강화할 새로운 계획의 출발점이자 효과적인 지역협력의 모델을 만들어내는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K-실크로드’ 구상과 맞물려 협력 확대 기대


중앙아시아 5개국(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은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화석연료는 물론 수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도 크다. 유럽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지정학적 중요성도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러시아로 우회하는 국제물류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 3개국을 방문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중앙아 5개국을 대상으로 한 특화 외교전략인 ‘K-실크로드 협력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은 내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다.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중앙아 국가 정상이 모이는 ‘한·중앙아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포럼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심화할 양자 협력을 지방으로 확대하고, 실질적인 성과물을 내는 협력의 틀이 된다. 한·중앙아 지방정부 관계는 이미 질적·양적으로 역동적인 변화를 보인다. 지난해까지 32년 동안 한국·중앙아 지방정부가 맺은 교류 협력 건수가 38건이었는데, 올해 한 해에만 추가로 7건이 체결됐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중앙아시아 지방정부 대표들도 각자 지역의 전략적 위치를 강조하면서, 한국과의 교류 협력 확대를 희망한다는 뜻을 표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시의 글로토프 에브게니 부시장은 “아스타나시와 서울이 자매결연을 한 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면서 “한국으로의 수출은 30억달러, 수입은 2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 기업과 720개 합작사업을 진행해 5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에브게니 부시장은 아스타나시가 유럽과 아시아를 동서를 연결하는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인구가 지난 10년간 두 배 늘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년 치러질 제2회 한·중앙아 지방협력 포럼을 아스타나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우즈베키스탄도 유치 의사를 밝혔는데, 지방정부 간 다자교류 플랫폼을 정례화하자는 공감대가 그만큼 폭넓게 형성된 것이다.

중앙아 노동자 한국 유치는 서로에게 이득


한국은 카자흐스탄의 4대 교역국이자 5대 투자국이다. 한국의 대 우즈베키스탄 투자는 79억달러 규모이고 투자협력 사업은 800개에 육박한다. 타지키스탄의 경우 세종시 교육청과 디지털 교육 사업과 관련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한국의 경제 교류가 주로 광물자원의 가공처리, 농업 분야의 협력에 중심을 뒀다면 앞으로는 반도체 소재, 자동차 부품 생산, 스마트 농업 등 첨단 기술 분야로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

노동이주 분야에서의 협력도 기대된다. 알리샤 압두살로모프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한국으로의 노동력 이주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대외노동이주청의 대표 사무소를 서울에 설치해 이 분야 활동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교육 분야에서도 한국의 지방대는 지방인구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즈베키스탄 학생을 유치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한 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도 중앙아 노동력의 한국 유치는 서로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한국 산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본국에 돌아가면 중앙아시아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인재가 된다.

이상준 교수는 “한국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중앙아시아 각지에 산업기술학교를 세워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의 산업 현장을 거쳐 중앙아시아에 돌아가면 그곳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서 “양국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압두살로모프 대사는 문화·인도적 차원의 협력으로 ‘고려인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32만명의 고려인 동포가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약 20만명의 고려인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면서 양국 협력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고려인의 삶과 이들이 우즈베키스탄과 중앙아시아 발전에 기여한 노력을 소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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