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위증을 교사했는데 교사범은 아니다’…왜?[이슈포커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1심 판결문 리뷰

1심, 똑같이 '위증 자백'에도 다른 잣대

검찰 객관적 자료로 교사 입증이 '관건'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법조계도 판결문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26일 이번 판결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위증교사의 법적 해석을 불합리하게 축소한 판단으로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검찰이 충분하지 못한 증거로 무리하게 기소했던 탓이라는 엇갈린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전날 즉각 항소 뜻을 내비치면서 위증교사 2차 법정 공방을 예고했는데, 항소심에서는 고(故) 김병량 시장의 비서 김진성 씨의 위증 혐의 중 유죄로 판단된 부분이 이 대표의 교사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여전히 교사의 고의와 범의(범죄 행위임을 알고서도 그 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피력할 전망이다.

이데일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증교사는 맞는데 교사범은 아니다’…왜?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와 김씨의 위증교사와 위증 혐의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전날 이 대표에게 무죄를, 김씨에겐 일부 유죄를 선고하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위증 혐의가 적용된 김씨의 발언 6가지 중 4개는 유죄가 선고됐다. 유죄가 판단된 부분은 2018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이 대표 측 변호인이 ‘김병량 시장이 최모 KBS 전 PD 고소 취하 문제를 KBS 고위관계자와 협의 중이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을 직접 들은 적이 있냐’는 물음에 “예”라고 증언한 부분과 검사가 ‘무엇을 협의중이라고 들었냐’고 한 질문에 “KBS에 대한 고소를 지속하느냐 취하하느냐에 대한 협의였다”고 답한 내용 등이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관해 김씨가 지속적으로 위증을 자백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김씨가 ‘위증했다’고 똑같이 자백한 나머지 두 발언에 대해선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 녹취록과 법정 증언 등을 들어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무죄로 적시했다.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단 점도 재판부는 인정했다. 그러나 교사범이 성립하기 위해선 △정범의 실행행위 △교사자의 교사행위 △교사자의 교사 고의 △교사자의 정범의 고의가 성립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한 취지로 증언해달라고 한 행위와 변론 요지서 등을 교부한 행위는 교사행위에는 해당하나, 김씨가 위증하게 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김씨가 위증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용인한 정범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위증의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교사범으로서 성립하지 못한다고 설명하면서 살인 교사를 예로 들었다. 판결문에는 “교사자가 막연하게 살인범의 살인을 예견했다고 해서, 살인범이 예상치 못한 특정인을 살해한 경우 이에 대한 교사자의 고의가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대표 측 주장을 대폭 수용하면서도 검찰에게 위증죄의 수사 권한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개정에 의해 검찰이 부패·경제 범죄만 수사가 가능하다고 이 대표 측은 논리를 펼쳤으나, 재판부는 검찰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데일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檢, 항소 예고…2심 쟁점은 ‘교사의 고의성과 범의 입증’

선고 직후 검찰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법정 공방이 길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전날 “김진성 씨가 이 대표의 부탁으로 허위 증언을 했다고 자백하고, 재판부도 김씨가 이 대표의 교사행위로 위증을 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 대표에게 범의(범죄의 의사)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며 “법리와 증거관계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서는 김씨가 위증으로 유죄가 선고된 발언이 이 대표의 교사에 의한 것임을 객관적 사실로 증명하는 것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1심 판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에게 실익도 없이 위증을 했고 이를 자백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있는 김씨에게 수차례 통화를 했고 변론요지서를 제공한 것을 법원은 통상적인 증언 요청 수준으로 해석했는데, 이 부분은 사법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심 판결문을 보면 김씨가 거짓 증언을 하게 된 배경 등을 자세히 설시하고 있지 않다”며 “검찰은 6개 발언 모두 유죄로 뒤집을 수 있는 논리를 펼칠 것이고 이 대표 측은 단순 증언을 부탁했단 지금의 논리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한 변호사는 “위증교사라는 것이 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중한 죄로 다루는데, 이번 판결은 방어권 보장이라는 지나치게 열린 판단이 나와서 항소심 재판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1심 무죄 선고가 이 대표의 선고 확정을 앞당길 수 있단 의견도 제시됐다. 이 대표 입장에선 차기 대통령 피선거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고 확정은 최대한 늦춰지는 것이 유리하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상 항소심에서 재판을 지연할 명분이 없다”며 “사실관계는 1심에서 충분히 다뤄졌고, 그 증거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새로운 법리적 판단만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은 의외로 내년 6월경에 선고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