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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한동훈의 ‘동덕여대 주동자론’이 공허한 이유[기자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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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2019년 4월26일 저녁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국회 회의실 앞을 점거하며 참석자 진입을 막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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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월 “패스트트랙 당시 물리적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기 위해 처벌을 감수했던 사건”이라며 “끝까지 당이 챙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패스트트랙 사건 재판 대응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피의자 신분의 자당 의원들을 옹호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4월 국회에서 벌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입법을 막으려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국회에서 감금과 점거, 강탈과 파손을 저질렀다. 검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공동감금) 등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나경원·이철규·윤한홍 의원 등이 이 일로 4년11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배움의 전당이기 때문에 유야무야 넘어가지 말고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 대표는 최근 동덕여대에서 벌어진 공학전환 반대 시위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동자 책임”을 물으며 학생들을 겨눴고,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내세웠다.

민의의 전당에는 관대하고, 배움의 전당에 엄정한 그의 원칙은 선택적이다. 한 대표는 상대 당 의원을 가두고, 팩스를 부수고, 인간띠로 출입을 막고, 법안 문서를 빼앗아 훼손한 행위에 ‘상임위를 빼앗겨 어려운 상황’ ‘악법을 막는 부득이한 조치’ ‘몸을 아끼지 않은 희생’ 등 ‘그럴 만한 사정’을 부여했다. 반면 동덕여대에는 “래커칠하고 수십억원 피해 입히는 식이면 안 된다. 저는 그 점만 지적한다”며 원하는 데까지만 말을 보탰다.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의 정치는 무성의하다. 동료 의원들에게 열렸던 그의 귀는 학생들에게는 닫혔다. 그는 “공학 전환이 되냐, 안되냐는 말한 적 없다” “전환하든 유지하든 내부에서 정할 문제”라며 학생들이 말하는 본질에 눈을 감았다. 이해 당사자를 지웠다는 점에서, 첨예한 이해를 들여다보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게으른 정치다. “맥락도 모르고 말을 얹는다”는 비판이 학생들에게서 나오는 이유다.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그의 메시지는 공허하다. “벌어진 일은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그의 발언은 권위나 통찰이 없을뿐 아니라 실현할 수도 없다. ‘왜 (책임을) 모두 짊어지고 가려 하냐’는 학교 측 질문에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뽑아주셔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 답했는데, 그런 총학이 ‘주동자 책임’에 얼마나 동의하겠나. ‘폭력은 안 된다’식의 원칙론은 여당 대표가 아니라도 할 사람이 차고 넘친다. 이미 이 대학 총장부터 주구장창 해온 얘기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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