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뿐 아니라 실내에도 래커 낙서 있어"
반복 작업으로 시간과 비용 많이 소요될 전망
25일 국내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는 인천에서 특수청소·고압 세척 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여대 낙서, 래커 제거 견적 다녀왔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한 여대 방문 후기를 적었다. 래커 제거 문의가 와 견적을 보기로 약속하고 갔다는 A씨는 "왕복 3시간 넘게 걸려 래커 낙서가 된 대학에 다녀왔다"며 "도착하자마자 정문 외벽에 낙서가 보였다"고 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돈암수정캠퍼스에 국제학부 외국인 남학생 모집 반대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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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A씨는 "넓은 범위에 (낙서가 되어 있어) 놀라고, 여기뿐만 아니라 실내에도 있어서 또 놀랐다"며 "낙서가 된 장소도 제각각에 래커도 한둘이 아니고, 성분이 다른 종류들을 사용했다”고 했다. 실제로 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건물 외부는 물론 내부 대리석 바닥과 벽 곳곳에 '학교의 주인은 학생', '여대의 주인은 여성' 등의 문구가 여러 색의 래커로 적힌 모습이 담겼다. A씨가 방문한 곳은 성신여대로 알려졌다.
A씨는 "실내 대리석 낙서는 지우고 나서 연마 후 색 조합도 다시 맞춰줘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라며 "래커 제거는 작업 과정이 까다로워 힘들기도 하고, 반복 작업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돼 비용도 더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샘플로 래커 낙서 일부를 지워본 후기를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A씨가 석재 재질의 벽면의 검은색 래커 낙서 일부에 약품을 뿌리자, 어두운 자국이 살짝 남기는 했지만 대부분 지워졌다. A씨는 "고압 세척 후 반복 작업을 하면 깨끗이 제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석재 계단에 칠해진 빨간색 래커는 약품만으로는 제거가 잘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씨는 "약품에 반응이 없다. 같은 재질의 석재여도 이렇게 다르다"며 "반복 작업으로 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많이 손상된 계단의 한 부분을 두고 "이 밑에 칸은 누가 했는지, 석재를 갈아낸 정도가 아니고 손으로 만져보니 움푹 파여있고 조각하다 그만둔 잔해도 만져진다"며 "이렇게 자재가 상하면 (복구를) 안 하느니만 못한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일부 벽면에는 래커가 아닌 아크릴 물감으로 추정되는 재료로 쓰인 낙서도 있었다. 이에 A씨는 "색이 스며들어서 약품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대리석 폴리싱(연마) 작업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며 "이 부분만 해도 금액이 상당하다"고 했다.
래커 색과 종류 따라 제거 가능 여부 차이 커
2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남녀공학 전환 반대를 주장하는 래커칠이 돼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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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커들은 색과 종류 등에 따라 제거 가능 여부에 차이가 있었다. 흰색, 파란색 래커는 상대적으로 깔끔하게 지워졌지만, 빨간색 래커는 제거 후에도 착색된 듯 흔적이 남았다. A씨는 "래커 제거 후 그냥 두면 (잔여 래커가) 안으로 더 스며들고, 그 스며든 것을 빼내기 위해 2~3배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한다"며 "간단해 보이지만, 전혀 간단하지 않은 여러 공정이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께 래커 낙서로 훼손된 경복궁 담장의 경우, 복구에 들어간 물품 비용만 수천만 원이 소요됐다. 당시 강추위로 작업이 중단된 기간을 빼면 총 8일간 낙서 제거 작업이 이뤄졌다. 작업에 투입된 인원과 작업 기간을 계산한 연인원은 234명, 하루 평균 29.3명이 투입된 셈이다. 스팀 세척기, 레이저 세척기 등 전문 장비를 빌리는 데 946만원이 쓰였고 작업에 필요한 방진복, 장갑, 작업화 등 용품 비용으로도 1207만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낙서 흔적을 지우기 위한 물품 비용으로만 2153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최근 학생들이 래커 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덕여대 측은 래커칠 제거와 학내 청소 비용 등 피해 복구에 최대 54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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