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하반기 상장한 11개사 상장 후 평균 낙폭 48%
무리한 비교기업 선정 등 '공모가 뻥튀기' 의혹
와이즈넛, 아이지넷 등 연말연시 수요예측 기업에도 영향 우려
2024년 상장한 주요 IT SW 업종 종목/그래픽=이지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거쳐 증시에 입성한 SW(소프트웨어) 업종 종목들의 참패가 이어지며 연말연시 IPO에 나선 기업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자사보다 월등히 우량한 기업들을 무리하게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공모가를 부풀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SW 업종 전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및 IT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증시에 입성한 SW 업종 11개 종목 중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종목은 단 1곳도 없다. 지난 19일 상장한 디지털 문서 SW 기업 사이냅소프트는 공모가가 2만4500원이었으나 상장 첫 날 시초가가 2만1000원(-14.29%)이었고 당일 1만8490원(-24.53%)으로 거래를 마쳤다. 25일 현재 주가는 1만6200원(공모가 대비 -33.88%)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방과 후 교육 과정에 교육용 드론·로봇 등 교구를 제공하는 에이럭스는 공모가 밴드(1만1500~1만3500원) 상단보다 높은 1만6000원에 공모가를 확정지은 후 이달 1일 증시에 입성했으나 상장 첫 날 9880원(-38.25%)으로 미끄러졌고 단 한 번도 공모가 수준에 오른 적이 없다. 현재 주가는 7170원으로 공모가 절반 수준 아래로까지 밀렸다.
이외에도 자율주행 등 로봇 SW 전문기업 클로봇, 지능형 로봇 및 3D(3차원) 검사 솔루션 기업 씨메스, 글로벌 SW기업 SAP사의 솔루션을 국내에 판매하는 기업인 인스피언, 스마트팩토리용 무인로봇 등을 제작·판매하는 제닉스, 초등교육 플랫폼 '아이스크림S'를 운영하며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뛰어든 아이스크림미디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XR(확장현실) 솔루션 사업을 펼치는 케이쓰리아이, 모바일 앱 개발 플랫폼 기업 유라클 등이 모두 공모가 대비 적게는 37%, 많게는 68% 정도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지난 7월11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공모가(6만원) 대비 9.83% 하락한 게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한 종목이라면 공모주 투자자들이 수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만 10월 하순 상장한 씨메스, 클로봇, 사이냅소프트, 에이럭스 등은 상장 후 종가 기준으로 줄곧 공모가를 밑돌았다. 애초 공모가가 뻥튀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부적절한 비교기업을 골라 자사의 몸값을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다. 에이럭스의 주요 제품은 초등생용 방과 후 과정용 로봇·드론 등 제품이지만 비교기업은 브이원텍과 로보스타 2개사였다. 브이원텍은 스마트팩토리용 자율주행 로봇 등을 주로 만드는 기업이며 로보스타 역시 제조공정 자동화 등에 쓰이는 산업용 로봇을 주로 만든다. 제품군이 아예 다름에도 이들을 비교기업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투자자들에게서 일고 있다.
씨메스는 상장 전 기준으로 자산총계 188억원 규모에 올 상반기 매출 19억원, 영업손실 75억원을 기록한 회사인데 비교기업 4곳 중에는 일본 최대 IT부품기업인 키엔스(Keyence)와 그 경쟁사인 화낙(Fanuc)이 있다. 키엔스와 화낙의 자산총계는 각각 27조원, 17조원이고 이들의 올 상반기 매출은 각각 4조5000억원,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씨메스는 이들 2개사를 포함한 4개 기업의 PER(주가이익비율) 평균치인 45.12배를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이 아닌 2026년의 순이익 추정치를 근거로 공모가를 산출했다.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인 한 IT 기업의 관계자는 "상장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을 극대화하는 게 관건이겠지만 공모가 과대평가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추후 증시 입성을 도모하는 입장에선 투자자들로부터 훨씬 엄혹한 평가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W 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한 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빠지는 모습은 유사 업종 기업들의 IPO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실제 지난해만 하더라도 사이버보안 업종에서 신규 상장 종목들이 잇따랐지만 올 4월 시큐레터가 상장 8개월만에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평가를 받으며 분위기가 확 식었다. 이후 보안업계 종목이 상장을 추진하는 케이스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시큐레터발 악재로 보안 업종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