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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유효상 칼럼] 왜 스타벅스는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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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커피의 대명사 스타벅스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인물은 하워드 슐츠다. 그는 1971년 시애틀에서 창업한 스타벅스에 1982년 합류한 뒤 1987년 이 회사를 인수해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으로 키웠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스타벅스 매장은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76개국에 3만 5000개로 명실상부한 커피 체인 1위다. 지점 수로만 보면 F&B 산업 전체에서 맥도날드, 서브웨이, KFC, 세븐일레븐에 이은 세계 5위다.

글로벌 스타벅스는 금년 1, 2분기에도 전 세계에 매장을 계속 열면서 7월 말 기준 전체 매장수는 3만 9477개가 됐다. 그러나 매장은 엄청나게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전 세계 매장의 60%가 넘는 미국과 중국 시장의 매출 감소가 큰 영향을 끼쳤다. 북미 지역 매출은 매 분기 역성장하고 있으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커피 시장이 된 중국 매출도 1분기 11%, 2분기 14% 감소했다. 얼마 전 발표된 2024년 4분기(7월-9월) 실적을 보면, 글로벌 동일 매장 매출은 7% 줄었고 방문자 수는 10%나 감소했다. 주당순이익은 전년 대비 25%나 쪼그라들었다. 매출은 3분기 연속 떨어지면서 수년 만에 가장 긴 하락세를 보였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중국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부진은 그만큼 충격이 컸다. 대만과 한국에서는 현지 기업에게 본사 지분을 모두 넘기고 손을 뺏지만, 오히려 중국에서는 현지 파트너 지분을 전부 인수해 100%를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었다. 스타벅스는 50:50으로 세운 대만 합작사 지분을 2017년에 전부 현지 기업에 매각했으며, 한국에서도 2021년에 본사 지분 전체를 신세계그룹과 싱가포르 투자청에 넘겼다. 반면 중국과의 조인트벤처인 이스트차이나 지분 50%를 인수하여 중국에서는 100% 직영체제로 운영했었다.

이렇게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2021년 7월 기준 200조 원이 넘던 시가총액은 금년 7월에는 114조 원으로 40% 넘게 떨어졌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오고 CEO가 교체되면서 주가는 반등하여 11월 25일 현재 163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3년 전의 80% 수준이다. CNBC에 따르면, 이러한 어려움은 스타벅스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예상된 소비 침체'로 패스트푸드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고 있으며, 맥도날드, KFC, 피자헛도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스타벅스 주가가 최저치로 떨어진 지난 7월,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스타벅스 지분을 확보하고 주가 부양책을 요구했다. 고객은 계속 줄고,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토종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엘리엇이 20억 달러를 투입하여 주식을 사 모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8월에는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 스타보드밸류가 스타벅스 주식을 취득하며 엘리엇 주장에 힘을 보탰다.

국내에서도 삼성그룹, 현대차 그룹 지분을 확보해 경영진과 다툼을 벌였던 엘리엇은 AT&T, 세일즈포스, 크라운캐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우스웨스트 항공에도 투자하여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운용규모는 100조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타보드밸류는 얼마 전 온라인 데이팅 앱 틴더를 운영하는 매치그룹 지분 6.5%를 확보하여, 수익성 개선과 상장폐지를 요구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끌었었다. 스타보드밸류와 엘리엇은 이베이, 세일즈포스, 매치그룹에도 함께 투자한 바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간에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로 지배구조 개선이나 자산 매각, 배당금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영진 교체도 추진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밥값에 육박하는 커피값에 부담을 느끼고, 모바일 주문 증가로 음료 제조에 시간이 길어지면서 떠나는 고객들은 늘어나고, 임금, 복리후생, 근무 조건 악화로 충성스럽던 바리스타들도 등을 돌렸다. 노조가 만들어진 매장이 500개를 돌파했고, 노조에 가입한 바리스타는 1만 1000명이 넘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노조활동은 강해지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는 위기 속에서 행동주의 펀드까지 가세하면서 스타벅스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수년 동안 스타벅스는 거의 유일한 프리미엄 커피였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영국에서 설립되어 현재 유럽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코스타 커피, 캐나다 최대의 커피 체인 팀홀튼, 130년 전통의 이탈리아 라바짜, 중국의 루이싱, 호주의 글로리아 진스를 비롯하여, 피츠, 털리스, 카리부, 맥카페, 던킨 등이 호시탐탐 스타벅스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작년에는 중국의 루이싱커피(Luckin Coffee)에게 중국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거기에 저렴하면서 빠르게 픽업할 수 있는 경쟁 브랜드가 잇따라 생겨난 것도 스타벅스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일단 스타벅스 이사회는 실적 부진 등의 책임을 물어 랙스먼 내러시먼 CEO를 해임했다. CEO로 취임한 지 불과 17개월 만이다. 2년 동안 CEO가 무려 4번이나 바뀐 것이다. 후임자로 패스트푸드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CEO 브라이언 니콜을 선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내러시먼의 교체는 실적 부진이 표면적 이유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압력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엘리엇은 주식을 취득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스타벅스의 변화를 촉구했다. 여기에는 CEO의 교체도 포함됐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니콜은 "원래의 스타벅스로 돌아가겠다."며 글로벌 최고 브랜드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전면 쇄신을 선언했다. 니콜은 직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핵심에서 벗어났다.(We have drifted from our core.)"며, "우리는 스타벅스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스타벅스가 추구해오던 것, 즉 사람들이 즐겁게 모이는 공간, 그리고 숙련된 바리스타가 직접 만든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정체성이다."라면서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급기야 2025 회계연도에 대한 전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방향성을 재정립한 후에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고객과의 인간적인 소통을 철칙으로 여겨왔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고객의 이름을 직접 부르고, 제조한 음료를 직접 전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감당할 수 있는 사치'라고 불리며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끈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니콜의 'Back to Starbucks'를 향한 의지는 단기간 실적 개선과 주가 부양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행동주의 펀드의 지지로 선임된 상황이다. 지난주 블룸버그는 스타벅스가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 때문에 중국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직원 수는 줄인다는 기사도 있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실감되는 대목이다.

과연 스타벅스가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화려하게 비상할지, 단지 행동주의 펀드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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