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규모 추방 공약에 패닉…영주권 있어도 불안감 확산
시민권자와 결혼 서두르고
방학에 본국가는 유학생에 취임식 전 재입국 권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1기 행정령명에 사인 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내 이민자들이 불안에 떨며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불법 이민자는 망명 신청을, 영주권자는 시민권 신청을 서두르는가 하면 결혼시기를 앞당기려는 사람들까지 늘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내년 1월20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전역에서 광범위한 이민자 추방 조치에 대비하는 모습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를 범죄율·실업률·집값 상승 등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첫날 대규모 추방에 나설 것이라고 수차례 약속했다. 불법과 합법을 통틀어 이민 규모를 대폭 줄이겠다고도 밝혔다.
NY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에 영주권이 있는 이민자는 약 1300만명, 불법 체류자는 1130만명에 달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불법 체류자들이다. 이들은 망명 신청을 서두른다. 허가 가능성이 낮아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에서 추방되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미 시민권자와 교제 중인 불법 체류자들은 결혼을 서둘러 영주권(그린카드) 신청 자격을 얻을 방법을 모색 중이다.
영주권을 갖고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이민자들 사이에도 불안감이 확산한다.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를 통해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이민자들도 더 이상 혜택을 받지 못할까봐 고민이 많다. DACA는 어린 시절 미국에 와 불법체류하는 이들에게 추방을 면하고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 도입됐는데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이를 없애려고 한 바 있다.
이민 전문 법률 사무소는 '트럼프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하이오주의 이민 변호사인 인나 시마코프스키는 "불법 체류자를 비롯해 영주권이 있어 문제가 없는 사람들까지 상담을 받으려고 몰려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불법 체류자 지원 단체에도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스페인어 라디오와 TV,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대한 정보를 연일 소개하고 있다.
대학들도 유학생과 불법 체류 학생들의 보호 조치 마련에 나섰다. 코네티컷주에 있는 웨슬리언대는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에 미국에 입국해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 불법 체류자 추방은 늘 있어왔다. 이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트럼프 집권 1기에는 약 150만명을 추방했고, 조 바이든 정부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오바마 집권 1기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300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내보냈다. 다만 미국은 1950년대 이후로 한꺼번에 대규모 추방을 한 적이 없다고 NYT는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해서라도 불법 이민자 단속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집권 1기 당시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 공약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집권 2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발탁했고,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을 '국경 차르'로 임명했다. 호먼은 추방 명령이 내려진 이민자를 즉시 몰아내고 직장 불시 단속 등의 수단을 동원해 불법 체류자를 적극 체포하겠다는 입장이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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