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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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이 3~96세 연령대를 대상으로 새끼손가락 옆에 여섯째 로봇 손가락을 장착하는 실험을 했다. 만화 ‘형사 가제트’의 주인공이 만능팔을 뽑아 자유자재로 쓰는 것처럼, 인간이 신체 일부를 추가로 장착했을 때 뇌가 여기에 적응해 조작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실험이었다.
▶일각의 예상과 달리 98%의 참가자가 새로운 손가락을 성공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봇 손가락의 동작 센서는 엄지발가락으로 누르도록 설치됐는데 대다수 참가자들은 금세 사용법을 익혔다. 한 손만으로 바나나 껍질을 벗기고, 와인잔 2개와 와인병을 동시에 들고 가는 등 다섯 손가락으로는 불가능한 동작을 해내는 영상들이 공개됐다.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증강 인간’의 사례로는 비교적 간단한 기술이지만, 웨어러블 로봇(착용형 로봇)의 수용성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공상과학 작가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은 1959년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군인들이 신체 능력을 극대화한 장비를 착용하고 싸우는 광경을 묘사했다. 이후 웨어러블 로봇을 실제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했다. 1986년 낙하산 사고로 심하게 다친 미 육군 병사가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거동을 보조하는 초기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 설계를 시작했다. 이어 제너럴 일렉트릭이 개발에 뛰어들었고, 록히드마틴이 최대 90㎏ 무게를 짊어지고 시속 16㎞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장비를 내놓아 군사용 외골격 로봇 기술이 주목받았다. 공장을 비롯해 산업 현장에서 효율과 안전을 높이는 산업용으로도 시장이 확대됐다.
▶군사용으로 시작돼 생활 전반에 뿌리내린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기술처럼 웨어러블 로봇도 우리의 일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보행이 불편한 환자 재활 용도로 개발한 로봇을 노인용으로 최적화해 출시하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노년층이 허리와 허벅지에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북한산을 오르는 것이 이젠 드문 풍경이 아닌 시대가 됐다.
▶내년이면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지금도 인구의 30%에 이르는 1586만명이 교통 약자로 분류되고, 이 가운데 1115만명이 고령자다. 버스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노인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웨어러블 로봇이 초고령 사회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일상 필수품으로 기대를 모으는 까닭이다. 무릎 연골 등을 재생해 노년층 거동을 개선한다는 줄기세포 기술은 이제 웨어러블 로봇을 강력한 경쟁자로 맞닥뜨리게 됐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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