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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美, 인텔 반도체 보조금 축소설…삼성·SK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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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보도…오하이오 공장 투자 지연·고객 확보 등 원인 꼽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공장 건설 계획에 영향 줄 수도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당초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반도체 보조금보다 최소 5억달러(약 6985억5000만원) 이상 삭감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업계에선 반도체과학법(칩스법)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 인텔의 보조금 삭감 논의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 역시 보조금 역시 축소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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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인텔 반도체 공장에서 팻 겔싱어(왼쪽 4번째) 인텔 CEO가 조 바이든(오른쪽 3번째) 미국 대통령과 지나 레이몬도(왼쪽 3번째) 미국 상무장관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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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인텔의 반도체 투자 지연과 사업적 어려움을 이유로 앞서 약속했던 반도체 지원금 규모를 기존 85억달러(약 11조9000억원)에서 80억달러(약 11조2000억원) 미만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미 정부로부터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근거로 지난 3월 최대 85억달러 직접 자금과 대출 110억달러(약 15조4000억원) 등 총 195억달러(약 22조2000억원)를 제공받기로 예비적 합의를 맺은 바 있다. 85억달러 보조금은 단일 회사 기준으로 최대 규모였다. 이에 칩스법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져 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보조금 삭감 주요 배경으로는 인텔의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 설립 지연이 꼽힌다. 당초 내년 말까지였던 인텔의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 설립 프로젝트 완성 시기는 '10년 이내 설립'으로 변경됐다.

한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인텔은 이제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쟁사 퀄컴 등이 인텔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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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 주 챈들러 오코틸로에 건설 중인 인텔 반도체 생산시설. [사진=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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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텔의 기술 로드맵, 고객 수요 부진 등 경영 위기도 보조금 삭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NYT는 "인텔의 어려움이 국내 반도체 생산을 활성화하려던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에 타격을 가해왔다"며 "인텔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 등 경쟁사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지만, 고객사들이 이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인텔이 미군과 반도체 수주 계약을 앞둔 점도 보조금 감액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인텔은 미 정부와 미군용 반도체 생산을 위한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데, 해당 계약과 CSA에 따른 보조금을 합하면 인텔에 대한 지원 규모가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소식통들은 아직 최종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여지를 남겼지만, 반도체법 최대 수혜 기업이었던 인텔의 보조금 삭감 논의로 인해 다른 기업의 보조금 역시 축소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에 보조금 지급을 마무리 짓기 위한 개별 기업들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미 상무부가 보조금 가운데 90% 이상을 배정했지만, 구속력 있는 계약은 극소수로 차기 행정부에서 존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5일에는 대만 TSMC에 대한 66억달러(약 9조3000억원) 보조금 지급이 확정됐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기업들은 여전히 계약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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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사진=경계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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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2년 8월 중국 대비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바이든 정부는 보조금 총 64억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후공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4억5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이번 인텔의 반도체 보조금 삭감 논의가 실제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현재 추진 중인 미국 공장 건설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나 온다. 특히 줄곧 외국 기업에 주는 반도체 보조금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온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 지급이 연기되거나 규모 축소, 또는 지급 조건이 강화되는 등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최근 열린 트럼프 신정부 통상정책 전망 관련 좌담회에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 등의 법안을 폐기할 가능성보다는 이를 유지하는 대신 지원 범위를 축소하거나 독소조항을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미국의 '핵심 파트너 국가'로써 양국이 상호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협상 패키지'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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