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가 전 세계 기자들을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로 초청해 비영어권 작품들의 쇼케이스 행사를 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가 예정된 한국, 일본, 인도, 유럽, 스페인어권 작품들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킹덤'이나 '피지컬100' 같은 K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이는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콘텐츠 전략을 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들의 전략은 스페인 작품 '종이의 게임'을 만든 알렉스 피나 감독의 말로 이해된다. 피나 감독은 "나의 스토리를 들려주기 위해 나의 집을 떠날 필요가 없다. 물리적인 집을 말할 뿐 아니라 내 나라와 내 주변 사람들, 내 사회, 나의 사고를 떠날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 작품은 한국 제작진이 한국에서 만들 때,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고,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은 K콘텐츠의 글로벌 팬들에게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일부러 글로벌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 필요가 없다. 콘텐츠 생산은 현지화(localization)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후 한국 CJ ENM은 처음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K팝 시상식 'MAMA 어워즈'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30년간 K팝 가수와 프로듀서로 활약해온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업자가 K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박 프로듀서는 K팝이 미국 주류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JYP엔터테인먼트가 북미에서 뽑은 인재들로 이뤄진 걸그룹 'VCHA'가 K팝 회사가 만들지만 K팝이 아니며, 한국과 미국이 함께 이 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런 생각은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미국인 아티스트'가 나올 것인가라는 미국인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설명이 됐다. 그는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보는 것은, 내가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고 답했다. K팝이 아시아를 넘어서 사랑을 받으려면 백인과 흑인, 라틴아메리칸이 포함된 걸그룹이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K팝의 현지화 전략이다.
트럼프 시대는 단순히 미국이 자유무역에서 이탈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국수주의를 강화하고, 세계 경제가 블록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무역의 혜택을 크게 본 한국에 가장 큰 위기다. 그래서 K콘텐츠의 현지화에서 답을 찾아본다. 첫째, 한국 고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제품을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콘텐츠나 패션 같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유효한 분야에서다. 둘째, 미국과 같은 큰 시장에서는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 K팝에서 한국인을 모두 빼버리는 것과 비견될 정도로 현지의 기업이 돼야 한다. 미국인에게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으로 느껴질 정도로 현지화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덕주 실리콘밸리 특파원 mrdjle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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