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디지털 아트 국제 컨퍼런스'에서 하일리 그레넷 어라운드 비디오 아트페어 디렉터(맨 오른쪽)가 관련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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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트는 복제 가능성 때문에 원본 작품의 가격을 매기기도 쉽지 않고, 전시나 아트페어에 나와도 잘 팔리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지금도 유튜브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제든 볼 수 있는 작품도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2024 디지털 아트 국제 컨퍼런스'에서 미술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아트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회화나 조각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컨퍼런스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디지털 아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새롭게 출범한 '디지털 미술시장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디지털 아트란 비디오, 영상 설치, 미디어 아트, 가상현실(VR)처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미술 작품을 의미한다. 최근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 아트 작업을 하는 작가·작품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미디어아트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에 따르면 글로벌 몰입형 미디어아트 시장은 2022년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 22.3%를 기록하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서울 마포구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는 디지털 아트 그룹전 '눈 홉뜨기: 미디어 파사드를 위한 제안들'에서 선보인 제닌기+바루흐 고틀립의 신작을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대안공간 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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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에도 작가들이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아직까지는 디지털 아트로 다양화하는 작품의 형태만큼 시장 기반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미술시장은 미술품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유지돼 왔다. 하지만 비디오 작품은 일반적으로 완벽한 복제가 가능하고 대부분 작품의 실물이 없는 데다 개인이 하드 드라이브나 USB 같은 저장장치에 담긴 작품을 손상 없이 보존하기도 어렵다. 또 영상 설치나 미디어 아트는 작품의 크기가 건물과 맞먹는 대형인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디지털 아트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독일 P61 갤러리의 창립자인 요한 노왁 예술감독은 "게리 힐의 비디오 작품을 산 적이 있는데 그때 받은 것은 그냥 하드드라이브 하나랑 원본 인증서뿐이었다. 작품을 사면서도 이렇게 거래가 되는 것은 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P61 갤러리에서는 현재 작품을 상영하면서 입장료를 받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보슬 토탈미술관 책임 큐레이터는 "작품의 판매 가격을 매기기 어렵다면 (온라인에서 결제 후 작품을 감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디지털 아트 작품도 회화, 조각처럼 사고팔고, 수집해 보존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비디오 아트 작품만을 취급하는 '어라운드 비디오 아트 페어'가 대표적이다.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세계적인 디지털 아트센터인 '하우스 데어 엘렉트로니셴 퀸스테 바젤(HEK)'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NFT를 포함해 디지털 아트 작품만 130점을 수집했다. 마를렌 뱅거 HEK 프로그램 책임자(큐레이터)는 "소장품의 상당수는 물리적인 구성요소가 없는 것들"이라며 "2016년부터는 디지털 아트 보존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최신 디바이스나 클라우드로 옮겨 저장하거나 다른 매체로 변환하고, 코딩을 통해 작품을 복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디지털 아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디지털 아트의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총 2억6866만원을 투입해 디지털 아트 전시 3건을 통해 작가 23명을 지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공간 임차료, 아티스트 커미션(피), 설치·운송비, 홍보비, 네트워킹 행사비 등 디지털 미술 특화 전시 개최를 위한 직접 경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주)유쾌한은 디지털 아트 전시의 보존, 보관과 테크니컬라이더를 통한 설치와 유통을 주제로 지난 14일까지 토탈미술관에서 도로시 엠 윤·방앤리·상희·서효정·송호준·엠버스703·이영호·정은실의 그룹전을 펼쳤고, 상업화랑은 '데이터 블랙아웃과 디지털 재앙에 대한 대응 매뉴얼 개발'을 주제로 지난 19일까지 하나은행 H.Art1에서 김지민·이도현·이서진·정성진·정지현·조영각·s.a.h의 그룹전을 개최했다. 서울 마포구의 대안공간 루프는 오는 26일까지 권민호·권병준·박재훈·이예승·장영혜 중공업·정혜정·파렌틴 오렌리·제닌기+바루흐 고틀립의 그룹전 '눈 홉뜨기: 미디어 파사드를 위한 제안들'을 선보인다.
매체는 비디오, 3D 애니메이션, 모션 그래픽, 디지털 사운드, 인체감지센서, 영상 설치 등 다양하다. 일례로 전시작 중 하나인 도로시 엠 윤 작가의 인터랙티브 증강현실(AR) 작품 '44개 색동 요술봉과 아우라'(2022)는 한국적인 미가 느껴지는 오색 옷을 입은 오브제들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디지털 아트의 특수성을 고려해 시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디지털 아트의 수집, 보존, 아카이빙 등 난제를 해소하는 한편 전문 작가를 발굴하고 디지털 아트 작품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동기획 : 예술경영지원센터 매일경제신문사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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