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윤 테크인사이츠 지사장 |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던 중국의 반도체 설비 투자가 내년에는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제재에 따른 선단공정 투자 제약에 성숙(레거시) 공정 반도체 수요 감소가 더해지면서다.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영향이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조사 전문 업체인 테크인사이츠 전상윤 지사장은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내년 중국 반도체 설비투자(CAPEX)는 올해 대비 5%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라며 “이는 올해 성장률 15% 대비 큰 폭으로 둔화한 것으로 성장세가 꺾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왔던 중국 반도체 시장 성장이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미국 제재로 선단공정 투자가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성숙 공정 투자 확대도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 전기차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반도체 웨이퍼 팹 장비(WFE) 투자가 가장 큰 국가였다. 미국 제재에도 성숙 공정 위주로 반도체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반도체 수요가 큰 중국 전기차 시장이 함께 성장하면서 힘을 보탠 영향이다.
테크인사이츠는 여전히 미국 주도의 첨단 반도체 기술·장비 수출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성장도 정체 국면에 접어들어 현지 반도체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을 상대로 한 관세 인상 정책이 반도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5년간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중국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같은 변화는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에도 부정적이다.
전 지사장은 “일부 기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비중을 늘려왔는데, 내년에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현재의 수출 제약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향후 신규 투자가 어려워 성장률이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최대 수혜국으로는 대만을 꼽았다. 올해 설비투자액은 -1% 역성장하지만 내년에는 15% 증가하는 큰 폭의 반등이 예상됐다. AI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쏠리는 TSMC 투자 확대 영향이다.
한국은 내년 설비투자 성장률이 올해와 유사한 5%를 이어가겠으나, 업체별로는 상황이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투자는 소폭 역성장하지만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 투자를 늘릴 것으로 분석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