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이던 이재명 대표가 2018년 11월 24일 오후 13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김동현)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년간 이어진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은 22년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의 내용을 망라하고 있다.
━
2002년 ‘검사 사칭’ 꼬리 물고 3개 사건 이어져
이 사건은 지난 2002년 5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을 상대로 한 ‘검사 사칭’ 사건이 발단이 됐다. 변호사이던 이 대표는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을 취재하던 최철호 당시 KBS PD와 함께 김 전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공무원자격사칭·무고)로 기소됐고 2004년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청사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사 사칭’ 사건은 14년 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18년 5월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전과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위반이라고 보고 같은 해 12월 이 대표를 기소했다.
16년 전 사건으로 두 번째 재판을 받게 된 이 대표는 김병량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같은 해 12월 22~24일 전화를 걸었다. 이 대표는 이때 김씨에게 “김 전 시장과 KBS 사이에 이재명을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모는 협의가 있었다”고 반복적으로 설명한 뒤,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는 김씨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며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를 받았다.
이듬해 2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씨는 “김 전 시장과 KBS 측의 야합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 증언이 세 번째 재판의 발단이 됐다. 그로부터 약 4년이 지난 지난해, 검찰이 백현동 의혹 수사 중 이 대표와 김씨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을 발견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렇게 시작된 위증교사 사건은 ‘검찰 사칭’과 결부된 세 번째 사건이다.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구속 기로에 서게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18일 이 대표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대북송금·백현동 개발 비리와 함께 위증교사 혐의를 적시했다. 법원은 방어권 보장·증거인멸 염려 정도 등을 고려해 영장을 기각했고, 검찰은 10월 16일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쪼개기 기소’ 공방에 흉기 피습 등 우여곡절
기소 후에도 우여곡절이 이어졌다. 기소 직후 이 대표와 검찰은 이 재판을 ‘백현동 의혹’ 재판과 병합해야 하는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백현동 의혹은 위증교사보다 나흘 앞서 기소돼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되던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과 병합됐다.
지난해 11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표 측은 “쪼개기 기소”라고 반발하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위증교사 재판도 병합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위증교사는 대장동 의혹과는 시기도 다르고 사건 구조도 다르다”며 “분리 시 신속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들은 뒤 사건 내용과 분량 등에 비춰 위증교사는 따로 심리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김경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듬해 1월 8일 첫 공판기일이 잡혔지만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 1월 2일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던 중 60대 남성에게 목 부위를 흉기로 습격당했다. 재판은 2주 뒤로 연기됐고,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혈관재건술을 받은 뒤 피습 8일 만에 퇴원했다. 지난 1월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이 대표는 피습 부위에 반창고를 붙인 채 출석했다.
4·10 총선을 이유로 기일이 밀리기도 했다. 당초 재판부는 4월 8일에 재판을 진행하자고 했으나 이 대표는 “죄송하다”며 곤란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선거 기간이라 (안 되느냐)”고 물었고, 이 대표가 “한 번만, 한 기일만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4월 22일로 기일을 정하면서 “그 다음부터는 격주나 3주에 한 번씩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8월에는 결심을 앞두고 이 대표가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재판이 한 차례 연기됐다. 이 대표의 자가격리로 8월 26일 예정돼 있던 재판이 2주 밀리긴 했으나, 9월 30일에 예정돼 있던 결심공판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이날 기소 약 1년 1개월 만에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22년 전 ‘검사 사칭’에 뿌리를 둔 세 번째 사건이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자신의 의문에 대해 설명하고 변론요지서를 김씨에게 제공해 확인하게 하는 것이 상식에 반한다거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거짓 증언을 한 혐의를 받는 김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에서 ‘김병량과 KBS 간의 협의’에 대해서 마치 자신이 들어서 알고 있는 것처럼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한 점이 인정됐다. 다만 이 대표가 이같은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씨가 모른다고 하는 내용은 배제한 채,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만 명시적으로 증언을 요청했다”고 봤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