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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 파고로 저소득층 식비 부담↑…日도 엥겔지수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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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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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전체 지출에서 식비(식료품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중산층 이상 가구에서 관련 비중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고물가에 서민들의 생계가 더 팍팍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통계청의 가계동향(명목)을 분석한 결과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8만7000원, ‘식사비(외식비)’ 지출은 42만5500원이었다. 두 항목을 합친 총 식비 지출은 81만25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281만3200원) 중 28.9%를 차지했다. 1년 전(29%)보다 소폭 낮아졌다.

통상 식비 지출 비중이 작을수록 가계에 여유 자금이 많아졌다고 판단한다.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식비보다는 교육·오락·문화·보건 등 다른 부문의 지출을 늘릴 수 있어서다. 전체 가구 기준으로 보면 물가 상승률이 올해 소폭 둔화하면서 전반적인 가계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소득층, 식비 부담↑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하지만 소득 분위별로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2분기 기준 소득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식비 총합은 41만원이다. 전체 소비지출(125만2000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8%로 1년 전(31.1%)보다 늘었다. 통계청이 조사표본을 전면 개정한 2019년 이후부터 살펴보면 2분기 기준 가장 높다. 소득하위 40%(2분위)도 식비 비중이 31.8%로 전년(30.8%)보다 상승하면서 2분기 기준 가장 높았다.

반면 중산층 이상인 3~5분위의 식비 지출 비중은 1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3분위(소득 상위 41~60%)는 30.6→29.7%, 4분위(소득 상위 21~40%)는 29→28.5%, 5분위(소득 상위 20%)는 27→26.6%로 하락했다.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2분위는 3%포인트 이상 상승한 반면, 3~5분위는 0.78~1.5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저소득층일수록 고물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어서다. 2분기 전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7% 올랐는데 그 중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는 4.9%나 올랐다. 1분위의 경우 처분가능소득(가구에서 소비지출과 저축 등으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이 4.5% 증가했으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더 크게 오르면서 관련 지출이 7.4%나 늘었다. 2분위 역시 처분가능소득이 4.9% 늘었으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이 8.6% 올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은 가처분소득이 커졌다고 해도 소득 자체가 작기 때문에 물가 인상 여파를 더 크게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비 지출이 커지다 보니 다른 부문의 지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1분위의 경우 교육 관련 지출이 44.5%나 줄었다. 교육 지출은 3분위(-12.5%)와 5분위(-0.8%)에서도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유독 1분위에서 감소 폭이 컸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교육비 지출을 바짝 조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도 저소득층 엥겔지수↑



이런 흐름을 보이는 건 한국뿐만이 아니다. 일본도 엥겔지수(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 외식비 제외)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1∼8월 2인 이상 세대 엥겔지수는 28.0%로, 연평균으로 비교했을 때 1982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처럼 연 소득이 1000만∼1250만엔(약 9160만∼1억1450만원)인 세대는 25.5%였으나, 연 소득이 200만엔(약 183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세대는 33.7%로 엥겔지수가 더 높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유독 식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는 건 실질 임금 정체·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원인에 더해 식량 자급률이 낮아 공급망 충격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0년 말 칼로리 기준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38%, 한국은 45.8%(2019년 기준)를 기록했다. 주요 농산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이 발생하면 식품 물가가 불안정해진다. 최근 달러값이 상승하면서 수입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식료품 수급 관리로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론 식품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할인지원 품목 선정 시 저소득층 수요가 많은 식료품 위주로 지원 대책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농경연 분석 결과 저소득층일수록 과실의 지출 비중은 적고, 채소·곡물 지출 비중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엥겔지수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식품 물가 상승 폭을 줄이려면 “농산물 자급 능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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