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동덕여대 학생들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대해 정부·여당 측 인사들이 "주동자", "법적 책임" 등 비난섞인 언사에 이어 "(채용에서) 걸러내고 싶다" 등의 발언까지 내놓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연일 이 문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는 2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공개회의에서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있었던 것에 대해서 지금 많은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며 "저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든 아니면 여대로 유지하든 동덕여대 내부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정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움의 전당에서 과도한 폭력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고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특히 취업박람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폭력도 있었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의 취업 기회를 뺏는 일"이라며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유야무야 할 게 아니라, 책임져야 할 주동자들이 법적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한 대표는 "오늘(25일) 학생과 학교의 3차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묻지만 앞으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세 번째로 '책임'을 말했다. 대학 측과 시위 학생 측의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물으라'고 대학 측을 압박한 셈이다.
한 대표는 전날 SNS에 쓴 글에서도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는 없다"며 "이미 벌어진 재산상의 피해 등에 대해서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엄벌주의를 주장했다.
한 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이 발언 취지를 묻자 "동덕여대 문제는 젠더 이슈가 아니라 생각한다. 적어도 폭력사태 문제는"이라며 "동덕여대가 여대로 남든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든 그건 정상적 절차를 통해 결정돼야 할 문제이지, 래커 칠하고, 학교에수십 억 피해를 입히고, 동료들 기회를 뺏는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것, 저는 그 점만 지적한 것이고 동덕여대가 (공학으로) 전환돼야 하나 안 돼야 하나는 말한 바 없다"고 했다. '공학 전환에 찬성한다는 취지가 아니므로 여성혐오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해명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와 현 국민의힘뿐 아니라 과거 이준석 대표 시절의 국민의힘이나 그 전신인 자유한국당·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보수세력은 집회·시위의 취지와 주장이 어떻든 폭력과 불법은 안 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그 집회·시위 주최세력을 비판하는 무기로 활용해 왔다. 노조 파업, 전장연 등 장애인 시위, 환경단체 시위나 시민단체 기자회견 등이 모두 그 대상이 됐다.
'안티-페미니즘' 정치의 대표자 격인 이준석 의원은 지난 15일 동덕여대 시위 학생들을 "비문명"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이준석, 또 '안티페미' 찾기…동덕여대에 "비문명 래디컬 페미니즘")
지난 23일에는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우영 이사장이 SNS에 '서울 ㄷ여대'를 언급하며 "블라인드 채용 제도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면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 이사장은 또 "아들을 둔 아비 입장에서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며 "큰며느리는 남녀공학 대학 출신의 반듯한 성품이고, 막내아들이 최근 사귀고 있는 여친도 남녀공학 대학 출신의 참된 사람이라 다행"이라며 여대 전체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25일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24일 오후 남녀공학 전환 반대 유인물이 가득한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에서 한 학생이 학교로 들어가기 위해 신원 확인을 받고 있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며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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