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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부른 이것”…美, 이젠 한국 자동차가 표적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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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트럼프 당선인 [로이터 =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 경제 투톱을 맡게 될 두 강경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가 한국과의 통상에서 대규모 압박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통상에 있어 한국의 현재 상황이 1985년 플라자합의 때 일본과 유사하다. 당시 미국은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커지자 달러화 가치를 내리고 엔화가치를 높이는 조치를 단행해 일본 잃어버린 30년의 단초가 됐다.

1985년 당시 미국의 대일본의 무역적자는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498억달러였다. 한국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444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규모는 중국·멕시코·베트남·일본 등에 이어 8위다. 올해는 일본보다 한국의 흑자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도 비슷하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1984년 1027억달러로 첫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022년에는 9512억달러로 1조달러에 육박했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이 40년전 일본처럼 자동차와 반도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유사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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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에는 한국을 압박할 다양한 수단이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보편적 관세’ 공약에 더해, 트럼프가 선거 중 자동차 산업에 대해 언급을 자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대미수출 품목별 비중은 반도체(20.4%), 자동차(15.1%), 자동차 부품(5.6%) 순이다. 자동차 관련 수출이 전체의 5분의 1을 넘는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용해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물량을 정했던 것처럼, 자동차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 무역확장법은 러트닉이 지명된 상무장관 권한이다.

한국 기업 다수의 대미 투자를 유도했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을 수정하는 것도 한국 기업에 타격이다.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IRA 개편을 우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반도체과학법의 경우 미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그에 따른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손볼 수 있다.

첨단 반도체·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중 수출통제 조치나 중국산 커넥티드카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미국 내 수입통제 조치처럼 중국 기업과 거래해온 한국 기업의 공급망과 판로를 바꾸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멕시코 등지에 공장을 설립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도 타격을 우려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재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 수출 시 관세가 면제되고 있고, 이를 감안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거나 짓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도 멕시코를 경유한 뒤 무관세로 철강 제품이 미국에 수출되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철강 232조의 원산지 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 USMCA를 개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바 있고, 이같은 ‘우회 수출’에 대해 경고했던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중국 기업이 멕시코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겨냥한 것이다.

게다가 베트남이 대미 무역흑자국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베트남에서 상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지만, 협정문에는 ‘자국의 필수적 안보이익의 보호와 관련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협정문 내용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안보적 위기’를 선언하면 한미 FTA 협정 역시 무력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용어 설명>

▶ 플라자 합의 :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으로 구성된 G5 재무장관들이 달러 강세를 시정하기로 결의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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