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알라딘'에서 황금빛 동굴무대를 배경으로 계단 위에서 정성화(왼쪽), 박강현 배우가 '나 같은 친구' 넘버를 부르고 있다. 클립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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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가 좀 야박한데. 기브 미 모어(Give me more)."
배우 정성화의 요청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갈채로 화답했다. 말 한마디와 몸짓 하나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마법'을 부린 그는 영락없는 램프의 요정 지니였다.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자 "이거 쥐니"라며 익살을 떨고, 요즘 유행어 "이븐하게 구워드릴게요", 블랙핑크 로제가 부른 '아파트(APT.)' 등을 적재적소에 능수능란하게 풀어내면서 '웃음의 왕국'으로 이끌었다. 지난 22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이 한국 배우들의 열연으로 환상적인 막을 올렸다. 지난 10년간 세계 11개국에서 관객 2000만여 명을 동원한 디즈니 블록버스터답게 완벽한 공연이었다.
뮤지컬 '영웅' 안중근 이후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난 정성화, 기존의 어둡고 진지한 배역에서 밝고 귀여운 알라딘으로 180도 변신한 김준수 등 몸에 꼭 맞는 역할을 찾은 배우들이 겨울 무대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특히 현란한 춤이 많은 무대에서 동방신기 출신 김준수는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아이돌 시절부터 단련해온 가볍고 역동적인 몸짓으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주인공을 받쳐주는 앙상블 19명의 맹활약도 공연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다채로운 의상을 갈아입으면서 벨리댄스, 탭댄스, 스틱댄스, 보사노바 등 다양한 춤을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춘다.
아기자기하면서 웅장한 무대 세트의 잦은 전환도 지루할 틈 없는 공연을 완성했다. 램프가 있는 거대한 동굴 전체가 금빛으로 빛나면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중동 건축과 인도 예술을 바탕으로 세트를 디자인해 원작의 분위기를 살렸다. 전반적인 주황빛 무대는 또 다른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킹'을 떠올리게 한다.
뮤지컬 연출가 겸 안무가인 케이시 니콜로를 비롯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팀이 한국을 찾아 세트, 의상, 소품 디자인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고 한다. 제작팀은 모로코를 사전 답사하고 모로크와 튀르키예, 인도 등 총 9개 국가에서 원단을 수입해 무대의상을 만들었다. 알라딘이 왕자가 되며 의상은 더욱 화려해지는데, 알라딘이 입는 바지에만 1400여 개 수공예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사용됐다.
브로드웨이 공연이지만 한국 상황이 반영된 대사와 장면이 특징이다. 지니의 소원 예시로 잠실월드타워가 등장해 관객과 거리를 좁힌다.
'알라딘'은 아그라바 길거리 출신의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알라딘과 지니의 진실된 우정이라는 두 관계를 중심으로 마술 램프를 둘러싼 여정을 풀어낸다. 1992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제작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옮겼다기보다는 뮤지컬만의 쇼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OST이자 앨런 멩컨의 세계적 히트곡 '새로운 세상(A Whole New World)'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 등 5곡은 무대에 맞춰 편곡됐다. 만화에서 2분가량의 곡이었던 '나 같은 친구'는 뮤지컬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지니가 이끄는 8분가량의 쇼로 선보인다. 아예 뮤지컬을 위해 새로운 넘버가 추가되기도 했다.
한국 초연작답게 캐스팅이 화려하다. 알라딘 역에는 김준수·서경수·박강현이 캐스팅됐고, 지니 역에는 정성화·정원영·강홍석, 자스민 공주 역에는 이성경·민경아·최지혜가 출연한다. 다만 VIP석 티켓 가격이 최고 19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하이라이트인 날아다니는 양탄자 장면이 어둡고 짧아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도 나온다. 내년 6월 22일까지 서울에서 공연하고, 내년 7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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