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국회 첫 문턱 넘은 ‘단통법’ 폐지 법안…“통신비 절감” vs “지원금 축소 역효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계 통신비 인상 주범으로 지목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여야 합의로 국회 첫 문턱을 넘은 가운데 일각에선 통신비 경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안이 21일 여야 논의 끝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 규정, 가입유형(번호이동·기기변경·신규가입)이나 요금제에 따른 차별 금지 등 기존 단통법 조항 대부분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이용자의 거주지역·나이 등에 따른 차별 지원금 차별 금지 조항을 비롯해 단말기 보조금 대신 월 통신요금의 25%를 할인 받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기로 했다.

공시지원금은 통신사와 약정을 통해 단말기 가격 일부를 할인받는 금액이다. 통신사는 단통법에 따라 이 공시지원금의 15%까지 추가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었다. 통신사간 출혈 경쟁 탓에 구매 시기, 장소에 따라 정보에 밝은 극소수의 소비자만 ‘휴대전화 성지’에서 가격 혜택을 보고 나머지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통신사 간 자유로운 경쟁을 막아 가계 전체 통신비 부담을 높였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지원금 상한을 없애 통신사 간 경쟁을 다시 활성화해서 단말기 구입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 단통법 폐지안의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통한 정책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드는 등 단통법이 시행될 당시인 10년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는 등 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단통법 폐지로 지원금 상한선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입할 지는 미지수”라며 “이용자들이 공시지원금보다는 선택약정할인을 더 많이 이용한 만큼 큰 차이가 있을지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온 ‘휴대전화 제조사의 장려금 규모 자료 제출 의무화’ 조항이 법안에 추가된 것도 지원금 축소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조항은 통신사가 단말기 판매량과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규모 등에 관한 자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업계는 제조사의 장려금 정보 제출 의무화가 현실화되면 공시 지원금이 지금보다 크게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조사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지원금의 외부 유출을 우려해 법안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장려금을 최대한 축소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교수는 “단말기 마케팅에 투입되는 비용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한국보다 적은 장려금을 지원하는 해외 국가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장려금을 지급하도록 제조사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며 “장려금 제출 강제 조항은 제조사가 장려금 지급 규모를 늘리고 다양한 경쟁을 활성화하는데 있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