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난드 마르코스(오른쪽) 대통령과 사라 두테르테(왼쪽) 부통령이 필리핀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제공=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필리핀 여권 내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유사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그 가족을 살해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한 암살 위협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내 경호팀원 1명에게 내가 살해당하면 BBM(마르코스 대통령 이니셜), 리자 아라네타(영부인), 마틴 로무알데스(하원의장)를 죽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농담이 아니다”라며 “그들을 죽일 때까지 멈추지 말라고 했고, 경호원은 ‘알았다’고 답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통령궁은 즉각 마르코스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고 이를 국가 안보 문제로 다루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궁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생명에 대한 모든 위협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이번 위협이 명확하고 확실하게 공개됐기에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이다. 마르코스 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 집권한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로, 아버지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두테르테 부통령이 이 같은 ‘막말’을 한 것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인 로무알데스 의장 등 여당 의원들이 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최근 로무알데스 의장은 부통령실 예산을 3분의 2 가까이 대폭 삭감했다.
하원은 또 두테르테 부통령의 예산 유용 가능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두테르테 부통령의 수석보좌관 줄레이카 로페스를 구금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부통령 가문은 이후 강력한 정치적 동맹을 구축했다.
그러나 친중 성향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달리 마르코스 정부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정면충돌하고, 친미 노선을 걸으면서 두 가문은 불화를 빚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마르코스 대통령의 헌법 개정 추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남부 민다나오섬 독립 주장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부딪쳤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