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서 김병문 LH 주택성능개선팀 팀장이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LH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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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뛰어보세요. 일상 걸음으로 걸어볼까요. 의자도 끌어보시고요.”
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가람동에 위치한 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서 김병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개선팀 팀장의 주문에 한 직원이 바삐 움직였다. 그는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발 망치’ 소리를 내거나 의자를 계속 끌었다. 묵직한 공을 바닥에 튕기기도 했다. 엄청난 생활소음을 내는 일명 ‘층간소음 유발자’인 그는 ‘데시벨 35 랩(dB 35 Lab)’이라는 이름을 내건 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연구를 하는 직원이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 수준인 1등급 소음 기준이 37 데시벨”이라며 “데시벨 35 랩이라는 이름은 좋은 기술로 1등급 소음보다 층간소음을 줄여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층간소음 없는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윗집과 아랫집도 모두 층간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걷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동주택을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LH는 이 센터를 통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지을 때부터 이웃 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층간소음을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30개동 10개 세트로 구성된 이 센터는 벽식구조, 라멘구조 등 다양한 층간소음 기술이 적용된 공간으로 구성됐다. 어떤 기술이 층간소음을 효과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날 센터에서는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의 기술 설계가 적용된 바닥 구조를 볼 수 있었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기술개발을 목표로 총 9차례에 걸친 기술 실증 끝에 복합완충재와 고밀도 몰탈의 핵심 기술요소와 층간소음 저감 공법을 확보했다. 최고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바닥은 슬래브 250㎜ 위에 1등급 복합완충재 40㎜, 고밀도몰탈 30㎜를 쌓는 구조다. 그 위에 난방을 위한 보일러선을 깔아준 뒤 고밀도몰탈 40㎜를 더해주면 1등급 기준의 기술 설계 적용이 완료된다. 바닥 두께가 기존 21㎝에서 25㎝로 두꺼워진다. 김 팀장은 “완충재를 통해 흡입을 시키고 몰타를 통해 파음을 시키는 방식”이라고 했다.
1등급 기술이 적용된 바닥 구조에서는 확연히 층간소음이 적었다. 똑같이 발 망치 소리를 내거나 의자를 끄는 등 생활소음이 나도 4등급(49데시벨)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바닥재에서는 훨씬 큰 소리가 났다. 현장 참석자들은 “약간의 진동만 있을 뿐 소리가 확연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LH는 이곳에서 개발한 기술을 공사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김 팀장은 “현재 8회차에 걸쳐서 47가지 (층간소음 저감) 모델을 만들었다”며 “LH의 가장 큰 강점은 테스트베드가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공사 관리하고 있는 현장이 한 108개 정도가 있다”며 “적합한 현장 찾아내 요소 기술들이 실제로 작동되고 구현되는지 테스트를 해서 1347회의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LH는 일정 기준 이상의 소음이 나면 “소음이 발생했습니다. 주의해주세요”라는 음성 경고가 나오는 센서도 개발 중이다. LH 관계자는 “아직 개발 중인 기술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가람동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서는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LH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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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LH가 층간소음 관련 연구 개발에 활발한 것은 층간소음 저감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LH가 실시한 층간소음 관련 국민인식 설문에서 응답자의 80%는 층간소음을 현재보다 절반 이상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설계·시공 단계에서부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대부분 국민의 인식이었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약 80%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며 “지난해 실시한 연구조사에서 층간소음의 발생 원인이 설계·시공상 오류라고 응답한 국민이 68%에 달했다. 공동체 의식 부족이라는 응답은 32%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LH는 1등급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내년 이후 설계되는 단지에 적용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도 적용 대상이다. 다만, 층간소음 기술 적용에 따라 공사비에 증가할 수 있다. 정 본부장은 “1등급 구현에 따른 공사비의 증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그렇지만 분양가에 전가되는 부분은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자체적인 원가 절감을 통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했다.
LH는 이곳에서 개발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민간 기술과 결합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 시도는 다음 달부터 본격화된다. 또, LH는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자체 기술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지원도 이어 나갈 예정이다.
김 팀장은 “현재 대형 건설사 8건, 중소 자재회사가 4건으로 총 12건의 1등급 기술이 개발돼 있다”며 “민간의 기술을 LH가 바로 가져와서 쓰는 부분은 좀 어렵기 때문에 LH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민간 건설사라든가 중소 자재사들과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LH는 국내 최대 규모의 데시벨 35 랩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한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하여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층간소음은 대한민국에 아파트 문화를 처음 들여온 LH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의 당면과제”라면서 “아이들이 까치발로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랫집 옆집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아파트 주거문화를 만드는 데 LH가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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