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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사장님! 오늘 연차 10분 사용해도 될까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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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진 노무사ㆍ이지원 기자]

"점심시간에 연차 1시간 붙여 쓸게요." 최근 공공기관 등에서 시간 단위로 연차를 쓰는 직장인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반차'나 '반반차'보다 더 짧은 연차유급휴가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거죠. 그렇다면 연차유급휴가의 쪼개기 사용은 법적 문제가 없는 걸까요? 한발 나아가 '분 단위' 사용도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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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시간 단위, 분 단위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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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연차를 10분 단위로 쪼개서 쓸 수 있을까요?"

응답 : "분 단위 사용을 금지할 법적 규제는 없습니다."

'워라밸'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입니다. "일을 배우기도 전에 워라밸만 좇는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개인의 생활을 잘 돌볼 수 있을 때 일의 성과도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죠. 어쨌거나 '주4일제'가 논의될 만큼 우리 사회에서 휴식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직장인에게 휴가는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닙니다. 방전된 체력을 충전하고, 정신을 쉬게 하고,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다시 출근할 힘'이 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죠. '휴일수당'을 받는 것보다 '쉬는 날'을 보장받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장인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휴가를 우리 법은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요? 흔히 말하는 휴가란 근로기준법 제60조에서 규정하는 '연차유급휴가'를 의미합니다. 직장인 대부분이 알다시피 1년 동안 근무할 경우 15일의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합니다.

대상은 사업주를 제외한 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으로, 4주 평균 1주일 '소정所定(정해둔)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는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죠. 두가지 조건을 살펴보면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에게 연차유급휴가를 줘야 하는지' 혹은 '내가 다니는 회사가 연차유급휴가를 보장해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 '1시간 단위'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1시간인 점심시간에 연차유급휴가 1시간을 붙여 지인을 만나거나, 식사 후 낮잠을 자고 복귀하는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겁니다.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미리 신청한 경우 최소 1시간 단위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연차유급휴가를 시간 단위로 쪼개서 사용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이나 노동관계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한발 더 나아가 '분 단위'의 연차유급휴가 사용도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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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부터 살펴보죠.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은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차유급휴가를 15일, 이를테면 '일 단위'로 부여하고 있죠. 해당 규정 어디에도 연차유급휴가의 단위를 시간이나 분 단위로 정한 명문은 없습니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반차(4시간)' '반반차(2시간)'는 사업장의 동의나 승인을 얻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죠. 다시 말해 회사가 근로자의 반차나 반반차의 사용을 거부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은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생각해볼 여지는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은 "사용자는 연차유급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차유급휴가 청구권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 청구권을 보호받지 못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목적과 취지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연차유급휴가를 최대한 활용해 업무에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인 연차유급휴가를 반드시 일 단위로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겠죠.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 청구권을 방해하는 행위 자체를 형사처벌한다는 점 역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려는 근로자의 의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입니다. 따라서 시간이나 분 단위 사용이 연차유급휴가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연차유급휴가를 이렇게 해석했습니다(근기 68207-934, 2003 -07-023). "연차유급휴가는 일 단위로 부여해야 하나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일日'의 일부를 분할해 부여할 수 있다."[※참고: 근기란 연차유급휴가의 행정해석을 내린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의 약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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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가 논의될 만큼 우리 사회에서 휴식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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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이미 반차·반반차 개념이 통용되고 있고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차유급휴가를 시간이나 분 단위로 쪼개서 사용하는 것도 문제없을 듯합니다.

'연차 쪼개기 사용'이 회사나 근로자 어느 한편에 손해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1일(8시간)의 연차유급휴가를 분할해서 사용한다고 해서 휴가 시간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따라서 필자는 반차나 반반차처럼 시간 단위, 분 단위의 연차유급휴가 사용이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서가는 회사라면 근로자의 이런 니즈를 빠르게 읽어 연차유급휴가 관리·운영 체계를 준비해 나갈 겁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선 "쪼개기 연차유급휴가 사용이 빈번해지면 하루 종일 직원 연차만 관리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급했듯 젊고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고 싶다면 '다양한 휴가 제도'를 도입하는 게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류호진 노무사 | 더스쿠프

rhj0984@daum.net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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