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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검사로 돌아간 한동훈, 이재명 유죄 ‘반사이익’ 어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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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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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재판 1심 선고 다음 날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저에게 카카오톡으로 구한말 경허선사의 게송을 보내왔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모두가 꿈속의 일인 것을. 저 강을 건너면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 누구나 한번은 저 강을 건너야 한다. 나 또한 다를 바 없어. 곧 바람 멎고, 불 꺼지리라. 꿈속의 한평생을 탐하고 성내면서 너니 나니 하고 다투기만 하는가.”



이석연 변호사는 이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아프리카 토인국 어느 마을에서 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슬픔에 빠져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빨리 죽으라고 장구 치면서 춤추고 있습니다. 이게 토인국 얘기입니까?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찢겨져 갈등과 증오로 점철되어 있는지? 하늘이 이 부끄러운 자화상을 어떻게 볼지 궁금합니다.”



이재명 대표가 11월15일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받자 어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어떤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은 당연히 환호하는 쪽이었습니다. 확산일로의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의혹,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으로 여권 전체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마침내 반전의 계기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11월25일 위증교사 재판에서 또다시 중형이 선고되면 환호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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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는 금요일인 15일 오후부터 이어진 주말까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재판과 관련해 무려 아홉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한마디로 득의양양입니다.



“우리는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오버하지 않고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하고 민생을 챙기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정작 한동훈 대표 자신의 태도는 ‘반사이익에 기대어 오버’하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오전 6시53~54분에는 지난 6월8일, 9일, 10일에 쓴 글 세 편을 다시 올렸습니다.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돼도 재판은 중단되지 않으며 집행유예만 확정돼도 대통령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이 중단되는지 아닌지는 법조계에서 의견이 엇갈립니다. 당장 미국에서는 트럼프 당선자의 재판이 중단되고 있습니다.



토요일 오전 10시27분에는 이재명 대표가 11월25일 위증교사 재판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아 구속되더라도 국회에서 별도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법무부 장관이었던 지난해 9월21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때 위증 교사 사건은 체포동의 요청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21대 국회는 임기가 끝나서 해산했으니 22대 국회에서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일요일 오전 7시59분에는 민주당이 검찰 수사 기능을 대부분 박탈하는 ‘검수완박’ 입법을 했지만,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검수원복 시행령’을 만들어 위증교사 사건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11월25일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면 그건 자신의 공로라는 의미입니다.



주말 내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한동훈 대표는 11월18일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 재판에 대해 장황하게 언급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2심은 3개월, 3심도 3개월 이내에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가급적 좋은 것이라는 내용이 아니다. 그 법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 법의 내용이다.”



“(선거법) 재판에서 이 대표 측과 민주당의 가장 크고 사실상 유일한 방어선은 이 대표가 자의로 한 것이 아니라, 국토부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15일 이 대표에 대한 선거법 재판에서 명확하게 그건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 아니라 이 대표가 결정한 것이라는 설시와 결론이 있었다. 사실 이건 백현동에 대한 유죄 판결이나 마찬가지이다.”



“위증교사라는 건 대표적인 사법방해 범죄인데, 그 선고를 앞두고 더 극단적으로 몰려다니면서 판사 겁박이라는 사법방해를 하는 거는 중형을 받겠다는 자해 행위에 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 게다가 이 대표는 같은 사법방해 범죄인 무고죄로 처벌받은 동종 전과까지 있지 않나.”



어떻습니까? 무시무시하지 않습니까? 이재명 대표를 감옥으로 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재판 절차와 판결 내용은 물론이고 양형 사유까지 조목조목 파고드는 것을 보면 다시 한동훈 검사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저는 한동훈 대표의 글에서 일종의 살기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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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재명 대표 선거법 1심 재판 유죄 선고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선 무효형을 받아서 궁지에 몰리게 된 사람은 이재명 대표일 텐데, 오히려 한동훈 대표가 궁지에 몰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호의적인 조선일보는 11월20일치 1면에 “김칫국 마시는 여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쇄신 논의 없이 이재명 판결만 바라보며 공세” “‘법정구속’ 등 발언 쏟아내며 야당과 똑같이 ‘사법의 정치화’”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이어지는 8면 기사에는 “‘이재명 물러나야’ ‘정치생명 끝났다’…너무 나가는 여”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11월23일치 4면에는 “‘삼각파도’ 맞닥뜨린 한동훈 리더십”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온라인 당원 게시판 의혹’ ‘쇄신 동력 위축’ ‘리더십 논란’ 등이 겹치면서 취임 넉 달 만에 정치적 고비를 맞았다는 기사입니다.



조선일보가 너무 가혹한 것 아닐까요? 왜 이렇게 한동훈 대표를 공격하는 것일까요? 11월22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 그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조사는 11월19, 20, 21일 사흘 동안 한 것입니다. 11월15일 이재명 대표 1심 선고 결과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1주일 전과 같은 20%였습니다.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 34%, 국민의힘 28%로 1주일 전과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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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우리 국민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와 여권에 대한 지지는 별개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재명의 불행’이 곧바로 ‘윤석열과 한동훈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젊은 의원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서 “한동훈은 이재명 날아가면 대권 힘들다. 한동훈은 이재명 때리면서 큰 사람이다. 중도 확장성이 없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의 이재명 죽이기는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자충수라는 얘깁니다. 저는 이 의원의 말이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권력투쟁에서 승리하고 다음 대선에 출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아일보 11월20일치 사설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선고 당일 이후 이 대표의 다른 혐의 재판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취하다가 그제부터는 민생 챙기기에 주도권을 쥐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인 김건희 여사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민생을 내세워 슬그머니 우회하는 것이 얼마나 통할지는 의문이다.”



그렇습니다. 이전에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처음으로 하는 것을 ‘파천황’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옳든 그르든 파천황의 승부수를 던진 사람만이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 김대중 대통령의 디제이피(DJP) 연합,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단일화,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문재인 대통령의 촛불집회가 그런 것입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선에 도전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지금 국민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정치인으로 존재감을 보이려면 김건희 특검 수용 정도의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합니다. 그게 바로 민심을 따르는 길입니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검사에서 진짜 정치인으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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