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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한국서 국산차 타면 호구”…흠집에 7천만원, 벤츠·포람페 탓에 車보험료 쑥? [세상만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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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수입차·수리비에 국산차 차주도 피해
해외선 고위험군 맞춤형 보험 요율제 적용
시민연합 “저위험군 피해 없도록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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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수입차 증가로 국산차 보험 가입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출처=벤츠,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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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일 메르세데스-벤츠 EQE 화재로 인천의 대단지 아파트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해당 차종 소유자뿐 아니라 화재 현장인 지하주차장에 있던 800여대의 차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죠.

사고 당시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차주와 화재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피해가 1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이후 자동차보험으로 보험금이 지불되면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 일반 가입자들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기우가 아닙니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와 사망자 감소로 자동차 보험료가 인하돼야 하지만 오히려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산차보다 부품 값과 수리비가 비싼 억대 수입차와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인천의 대단지 아파트를 쑥대밭으로 만든 벤츠 EQE 화재처럼 한번 불났다 하면 큰 피해를 일으키거나 수리비가 많이 드는 전기차가 증가 추세인 것도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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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QE 화재가 발생한 인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진출처=연합뉴스/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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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하는 못해줄 망정 인상이라는 부담을 같이 지게 된 국산차 소유자들은 ‘보험사 호구’로 전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1일 자동차시민연합(대표 임기상)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 2013년 5092명에서 지난해에는 2551명으로 절반 정도 감소했습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교통안전 정책과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준수, 도로와 신호체계 개선, 차량 기술 발전 때문이죠.

교통사고가 줄면 사고 당사자에게 나가는 자동차 보험금도 감소하고 손해율도 낮아져 보험료도 내려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부품비,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3.6배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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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차량 화재 장면 [사진출처=KBS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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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달랐습니다. 손해보험업계는 오히려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중 실제 지급한 보상비용의 비율입니다. 적정 손해율은 80% 이하입니다.

손해율만으로 따져보면 손보사 주장이 맞습니다. 자동차보험 빅4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9월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이 86.6%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손보업계는 폭우와 태풍 등으로 발생하는 차량 침수, 수입차와 고급차 수리비 상승 등으로 손해율이 올랐다고 설명합니다.

자동차시민연합도 손해율 상승 원인에 대해 같은 의견이지만 좀 더 ‘특정’해서 설명했습니다. 특정은 손보업계와 시민연합의 손해율 상승 원인분석과 해법에서 가장 큰 차이이자 핵심입니다.

시민연합은 국산차보다 수리비가 비싼 고가 수입차와 전기차가 많아진데다 큰 피해를 일으킨 음주운전과 역주행 사고 등 ‘특정 고위험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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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으로만 정정당당헤게 사용하라고 알려주는 연두색 번호판 [사진출처=람보르기니,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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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리비가 많이 발생하는 고가 수입차는 증가 추세입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차 가격이 1억원 이상인 수입차는 지난 2020년 4만3158대 등록됐습니다. 점유율은 15.7%였죠.

지난해 등록대수는 7만8208대로 3만5000여대 많아졌습니다. 점유율도 28.8%로 높아졌습니다. 올해도 10월까지 5만817대가 등록됐죠. 점유율은 23.5%로 집계됐습니다.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시행과 경기 불황 등으로 점유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 중 1대 이상이 억소리 나는 수입차입니다.

보험금에 영향을 주는 수입차 수리비도 국산차보다 높게 나옵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건당 차량수리비 보험금 지급액은 국산차보다 2.6배 비쌌습니다.

부품비는 수입차가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차보다 3.7배 높았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의 경우 부품비도 비쌌습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전기차는 비전기차보다 건당 손해액이 1.87배 많았습니다.

전기차인 벤츠 EQE의 경우 가솔린차라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하체 부위 3mm 흠집 때문에 7000만원에 달하는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쿵하면 억, 수입차 공포증에 보험료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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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차량과 현대차 아반떼 사고 장면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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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가입자 대부분은 잊고 지내지만 알게 모르게 손해를 보고 있는 보험료도 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 차량의 수리비를 보장받기 위해 내는 대물보험료입니다. 고가 수입차 증가로 예전보다 비싼 대물보험료를 내고 있죠.

대물보험 가입금액은 2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 1억원, 3억원, 5억원, 10억원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대물보험 가입금액이 ‘억’소리 나게 바뀐 계기가 있습니다.

벌써 20년 전입니다. 2004년 1월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당시 중고차 가격이 100만원 안팎에 불과한 낡은 대우 프린스가 살짝 언 도로에서 미끄러져 7억원대의 마이바흐 차량 뒤쪽 범퍼를 들이받은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죠.

댓글 란에는 가벼운 접촉사고지만 상대차가 고가의 수입차여서 수리비가 몇천만원 정도 될 것이라는 걱정이 줄을 이었습니다. 프린스 운전자의 선처를 바라는 글들도 잇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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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하면 억소리나는 수입차 사고 [사진출처=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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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피해 차량은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꼽힌 마이바흐(현재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내놓은 차종이었습다. 당시엔 국내에 공식 수입되지 않았습니다.

범퍼를 가볍게 들이받은 사고에 불과했지만 마이바흐 수리비는 2400만원이나 나왔습니다.

프린스 운전자는 대물배상의 한도를 2000만원으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보험처리가 되지 않은 나머지 400만원을 직접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사고 현장을 분석한 보상 전문가들은 피해 차량이 국산차였다면 보험처리를 하지 않아도 100만원 이하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 ‘수입차 공포증’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때부터 대물한도를 높이는 보험 가입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손해보험사들도 소비자 피해 예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보험료를 좀 더 내더라도 대물한도를 높이는 게 낫다고 은근슬쩍 권유했습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가입자 중 37.5%는 대물배상 한도를 10억원으로 선택했습니다. 5억원은 31.7%, 2억원은 14.2%, 3억원은 10.8%, 1억원 이하는 5.8% 순이었죠.

20년 전에는 대물배상 한도가 2000만~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비싼 수입차가 증가한데다 사고가 나면 수리비가 한도를 뛰어넘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결과입니다.

벤츠·BMW·포르쉐 차종이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남 쏘나타·쏘렌토’가 되고, 롤스로이스, 페라리, 벤틀리도 많아지는 추세에서 대물한도를 올리고 피해를 예방하는 게 좋습니다.

대신 대물보험 가입차가 1700만대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가 거둬들이는 수익도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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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차 수리 장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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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보험사 한 곳에서 제 기준으로 대물보험료를 한번 산정해봤습니다. 대물한도 선택란에는 ‘10억원 추천’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한도별 보험료를 보면 2000만원은 21만371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5000만원을 선택하니 26만7970원으로 5만4260원 비싸졌습니다.

1억원은 28만120원, 5억원은 28만1160원, 10억원은 28만1410원으로 나왔습니다. 1억원과 10억원 차이는 1290원에 그쳤습니다. 1억원 대신 10억원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없었던 20억원도 있었습니다. 1억원과 10억원의 보험료 차이를 감안하면 1000~2000원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빗나갔습니다. 29만3390원으로 10억원보다 1만1980원 비쌌습니다.

20년 전 대물한도를 올린 마이바흐 사고처럼 이번에는 벤츠 EQE 화재를 계기로 20억원을 추가하는 보험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손해율도 줄이고 가입자 피해도 줄여주려는 목적일 겁니다. 그나저나 10억원과 달리 20억원으로 설정하면 보험료가 ‘많이’ 오르네요.

시민연합 “고위험 요인군은 보험료 더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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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벤츠 EQC 화재 [사진제공=아산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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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연합은 특정 고위험 요인으로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모든 운전자에게 보험료 인상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동차 보험이 의무 가입 상품으로 사실상 준조세적 성격을 지닌 게 원인이죠.

시민연합은 모든 운전자가 법적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사고율이 낮은 운전자들도 고위험군 사고로 발생하는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합니다.

고위험군에 따른 비용을 일반 가입자에게 전가하지 않아 투명하고 공정한 선진국형 보험 모델을 도입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미국과 프랑스는 운전 습관을 분석해 안전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영국은 젊은 고위험군에게 맞춤형 요율제를 적용해 사고율을 낮추고 있죠.

지난 8월 벤츠 전기차 화재가 난 뒤에는 전기차 소유자에게 화재 위험 비용을 반영하는 특약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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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억억’ 소리가 나는 고가 수입차 [사진출처=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사진편집=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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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상 시민연합 대표는 “고위험군의 비용 증가가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면 고위험군이 가입해야 하는 특약 도입이나 별도의 요율 체계를 통해 반영하는 것이 공정하다”며 “일반 운전자들이 고위험군이 일으킨 손해를 함께 부담하는 현행 보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어 “시민연합은 소비자(보험 가입자) 보호를 위해 합리적이고 투명한 보험료 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의안을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민연합은 ‘고위험군 특약’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자동차보험은 준조세적 성격을 지녔기에 이 특약이 실행 가능성이 있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 특약만이 해법이라고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대안도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

가입자들이 억울하게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시민연합 지적은 새겨들어야 합니다.

아울러 수입차 브랜드들이 비싸게 받는 수리비와 부품 값도 내리도록 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자동차보험 가입자 1인당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 인상 금액이 소액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땅을 아무리 파 봐도 1000원은 나오지 않습니다.

※세상만車

세상만사(世上萬事). 세상을 살다보면 셀 수 없는 많은 일을 겪습니다.

세상만차(世上萬車).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동차들은 사람과 동고동락하다보니 세상만사를 함께 경험합니다.

‘세상만車’는 자동차 잡학사전을 추구합니다. 자동차 세상의 허브(Hub) 역할을 하는 신차와 중고차, 애물을 보물로 만들어주는 차(車)테크를 주로 다룹니다. 숨겨진 자동차 역사도 전해드립니다. 때로는 심도 깊게 때로는 얄팍하게 소개합니다.

지금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상식도 알려드립니다. 사족(蛇足)도 많습니다. 언젠가는 귀하게 쓸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세상만사, 세상 일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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