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경제 성장 둔화 대응 차원
감세정책 고수…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편성 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내년 초 추경으로 시기가 정해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추경안에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사업 및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정 기조로 제시한 소득 및 교육 양극화 타개 관련 사업 등이 담길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현금을 살포하는 식보다는 지출 대비 경기 부양 효과가 크면서 재정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한 사업을 추려 추경안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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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그간 추경에 선을 그었던 기조를 전면 전환하려는 건 대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추경은 2022년 5월 한 차례 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대내외 주요 기관들은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하며 10월 전망(2.2%)보다 0.2%포인트 내려 잡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에 그칠 것이라고 제시했다. 2.0%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이지만 문제는 1%대 추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IMF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에 따라 △주요국 성장률의 하락△공급망 불안 등 한국 경제를 위협할 하방 리스크(위험요인)가 더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고,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내년 성장률이 2.0%를 밑돌 수 있다고 밝혔다.
내수 부진도 심상찮다. 서비스업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매판매는 반등세가 약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는 작년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0.2%)부터 10개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5년 이후 가장 긴 감소 흐름이다. 10월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1.2%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이는 올해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내수 회복 조짐’이란 표현을 7개월 만에 뺐다. 고용 측면에서도 10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8만3000명에 그쳐 넉 달 만에 10만명 밑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감안, 정부의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부자 감세와 건전재정은 불가피하게 긴축재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유럽 국가들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기에 긴축재정으로 선회함으로써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경험했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유럽이 경험했던 자멸적 긴축재정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가 긴축에서 확장으로 재정 기조를 전환하면서도 감세 정책을 지속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들어 3차례 이뤄진 세법개정안(세제개편안)을 기준으로 확인되는 세수 감소(누적법 기준) 효과는 약 81조원에 달한다. 감세 효과는 정부가 추정한 기간(향후 5년)을 넘어서도 발생하는 만큼 2029년까지 누적 감세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와 긴축예산 진단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해 윤 정부 임기 내인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83조7000억원의 재정여력이 감소하는데, 그 감세 효과가 차기 정부에 더욱 큰 폭으로 증대되어 차기 정부 5년간 총 100조원의 재정여력을 감소시킨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감세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전날에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한 국민여론은 좋지 않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보면 세금정책에서 ‘부유층에 유리하다’는 여론은 71.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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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을 강조했지만 세수가 줄면서 재정 성적표도 나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정부 임기 5년 동안 국가채무는 365조1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문재인정부 5년(2017~2022년)의 국가채무 증가분(407조2000억원)보다 불과 42조1000억원 적은 수준이다.
한편, 재정 당국인 기재부는 이날 보도설명 자료를 통해 “현재 2025년 예산안은 국회 심사 중이며, 내년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돼야 이를 바꾸는 게 추경인데 아직 본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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