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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잔고 뻥튀기' 의사들은 '발뺌'…브로커는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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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돈이 부족한 창업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제도를 악용해서 주로 의료업계에서 불법 대출이 이뤄지는 실태, 어제(21일) 집중 보도해 드렸습니다. 이런 불법 대출 의혹이 있는 병원과 약국들을 저희가 취재해 봤는데, 해명이 석연치 않았고 의혹만 더 키웠습니다.

먼저 김보미 기자입니다.

<기자>

신용보증기금의 예비 창업 보증은 자기 자본의 최대 100%까지 대출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자기 자본을 입증할 잔고 증명서를 꼭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타인이나 금융기관에서 일시적으로 빌린 돈은 나중에 갚아야 해 자기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다만 배우자나 부모 등 직계 가족에게서 나온 돈은 상환 의무가 없다고 추정해 자기 자본으로 인정해 줍니다.

대출 브로커들은 이런 점을 악용했습니다.

가족 통장으로 차입금을 우회 송금하는 방식으로 허위 잔고를 꾸며내는 겁니다.

[의료 대출 업계 관계자 : (수수료는 얼마나 먹나요?) 보통 평균적으로 3%에서 한 7% 사이.]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해온 브로커 D 씨의 통화 내용.

[대출 브로커 D 씨 : ○○○(원장)도 7억 정도 들어갔거든요. 자기 자본. ○○○(원장) 만나고 신용보증기금 10억 원짜리 서류 받아서. (수수료) 1천만 원짜리.]

원장에게 7억 원을 빌려줘 허위로 잔고 증명을 하게 한 뒤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총 10억 원 규모의 대출 보증서를 받아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D 씨가 언급한 한방병원을 찾아가 사실관계를 물었습니다.

병원 측은 병원 입지를 정하는데 D 씨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대출 보증을 받은 적은 아예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한방병원 관계자 : (신용보증기금 보증서 받는 거 있잖아요. 그거를 받았다고 들었거든요.) (원장님이) 아니시라는데? 저도 여쭤봤거든요]

하지만 취재진이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런 주장과 달리 이 병원은 지난 2021년 10억 원의 창업 대출 보증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 도중 석연찮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이 병원은 브로커 D 씨의 회사 홈페이지에서 '함께 한 병원', 즉 개원을 도와준 병원으로 홍보 중이었는데, 취재진이 해당 병원을 취재하고 나온 지 1시간 만에 홈페이지에서 이런 내용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병원 측에 추가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을 거부했습니다.

브로커 D 씨의 도움을 받아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7억 원 가까운 대출 보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인천의 한 약국.

[약사 : (OOO 대표라고 아세요?) 네네. 개국 대출을 받았었죠. 그분 통해서. (신용보증기금 통해서 대출받으셨었나요 혹시?) 받은 적 있죠.]

하지만 잔고 증명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약사 : (그렇죠? 그때 혹시 자기 자본금 같은 거를 빌린 적이 있으세요?) 그때 없던 것 같은데 저는. (그럼 신용….) 기억이 잘 안 나요.]

이번에는 브로커 D 씨가 한 대형 정형외과의 대출 보증에 관여했다고 말하는 또 다른 녹취 내용입니다.

[대출 브로커 D 씨 : (신용보증기금 보증 대출로) 12억 5천만 원에다가 또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2억 5천만 원 더 얹어서 15억 나갔어. 그럼 (수수료가) 1천500만 원인 거고 최소. 그리고 시설(자금)은 또 15억 원을 뽑을 거야.]

신용보증기금에서 12억 5천만 원의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게 해 준 데 이어 추가로 15억 원의 대출 보증을 더 알선해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병원에 찾아가 설명을 요구했는데 원칙대로 대출을 받았을 뿐이라면서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대출 보증을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 병원들과 약국의 개원 대출을 알선했다는 브로커 D 씨를 직접 만나기 위해, 대출 상담을 의뢰했습니다.

[D 씨/대출 브로커 : (네 여보세요?) 예. (네 전화 주셨나요?) 예. 대출 문의 주셨다고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며칠 뒤 만나자며 상담 일정까지 잡았던 D 씨.

하지만 SBS가 취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돌연 연락을 끊었고 운영 중이던 대출 상담 홈페이지까지 폐쇄한 뒤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이소영·오영택, 디자인 : 서승현,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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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기자 spri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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