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지주사 체제' 도입…인적분할 후 내년 5월 신설법인 재상장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빙그레가 '지주사 체제'를 도입한다. 빙그레는 내년 5월까지 지주사(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빙그레) 분리를 골자로 한 인적분할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아이스크림 부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밑그림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주사의 신설법인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마련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빙그레는 22일 지주사와 신설법인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지난 9월 회계·재무상태를 기준으로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분할 기일은 내년 5월 1일, 분할비율은 지주사 46% 대 신설회사 54%다. 존속회사인 지주사는 자회사 관리와 신규 투자사업 같은 빙그레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신설되는 빙그레는 기존의 빙과사업에 집중한다.

지주사 체제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사업 경쟁력 강화다. 빙그레는 이번 결정을 통해 2020년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과 사업적 시너지(상승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 관계자는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신설 법인에 대해 재상장을 추진한다. 재상장 예정일은 인적분할이 마무리 된 이후인 내년 5월26일이다. 빙그레 주주는 분할비율(46대54)에 따라 신설회사의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빙그레 주주구성은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36.6%(362만527주)로 최대주주고 김구재단 2%, 제때 1.9% 등 특수관계자 지분이 40.9%다. 소액주주 비중은 41.9%다.

빙그레는 인적분할과 동시에 자사주 소각도 진행한다. 현재 빙그레가 보유한 자사주 100만9440주는 전부 소각하기로 했다. 자사주를 그대로 두게 되면 신설회사가 존속회사(지주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구조가 된다. 자사주 소각을 먼저 진행할 경우 분할 비율에도 영향을 준다. 분할 비율은 54%에서 55.8%로 1.8%p(포인트)가량 차이가 나게 된다.

일각에서 김 회장의 승계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결론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적분할의 경우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지분을 받기 때문에 물적분할과 비교해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이 낮다. 주주 구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회사만 수평적으로 나눠지는 특징이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환씨(빙그레 사장), 차남 김동만씨(해태아이스크림 부장)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주사가 법으로 정해진 신설법인의 지분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법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사의 경우 30%의 지분(비상장 50%)을 보유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분할 후 유상증자로 자금을 마련해 자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게 통상적이다. 빙그레는 이번에 자금 조달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영 구조개편을 통한 시너지를 내는 데 무게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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