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교부 "적절한 시기에 발표…中 불필요한 간섭 일으키지 말라"
라이칭더 대만 총통 |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오는 30일 첫 해외 순방으로 태평양 도서국들을 방문한다고 총통부(대통령실 격)가 22일 밝혔다. 미국 경유 여부는 신중히 계획 중이라는 입장이다.
대만 중앙통신사(CNA)와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궈야후이 총통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라이 총통이 오는 30일부터 내달 6일까지 마셜제도, 투발루, 팔라우 등 태평양 3개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라이 총통이 순방길에 미국에 들를 것이냐는 질문에 톈중광 외교부 차관은 "경유를 위한 준비는 신중하게 계획 중이며, 현재로서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톈 차관은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경유 관련 내용은 "적절한 시기에 발표될 것"이라면서 "다만 안전, 존엄, 편의, 편안을 고려해 처리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라이 총통의 미국 경유지 등 세부 내용은 그가 출국하기 하루 전쯤에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연합보 등 대만언론과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라이 총통이 이달 말에서 내달 초 미국령 하와이 또는 괌을 경유해 남태평양 수교국들을 순방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라이 총통은 지난 5월 취임 후 아직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대만 총통은 통상 남미 등 수교국을 순방하면서 도중에 경유 형식으로 미국에 들러 미국 주요 인사를 만난다. 중국의 압박으로 외교무대가 극도로 좁은 대만으로선 이러한 경유 외교는 미국과의 관계를 직접 다질 기회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 요구에 따라 대만과 단교했지만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통해 대만과 실질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을 반드시 수복해야 할 영토로 간주해 대만 관계자들이 타국과 교류하는 것을 반대해온 중국은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차이잉원 당시 총통이 중미 순방길에 미국에서 케빈 매카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났을 때는 보복 차원으로 사흘간 '대만포위'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라이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이뤄지게 된다. 더구나 라이 총통은 차이 전 총통과 같은 민진당 소속이지만 더 적극적인 친미·독립 성향으로 여겨지며, 중국은 그를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톈 차관은 이와 관련, 라이 총통의 순방 기간에 중국이 해외 거주 자국민을 동원하는 등의 "불필요한 간섭을 일으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특정한 방해 요인이나 장애물을 만들고자 여러 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장단에 맞춰 춤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고, 계획해야 할 일을 계획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라이 총통의 태평양 수교국 방문도 미국 경유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태평양에서 미국과 중국이 영향력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이 지역에서 대만과 수교한 국가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키리바시와 솔로몬제도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고 지난 1월에는 나우루가 중국과 국교를 회복했다. 현재 대만과 수교한 국가는 12개국이다.
inishmor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