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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충분히 말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 회피하는 한동훈…‘런동훈’ 별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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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9주기 추모식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자리에 앉아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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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게시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대표가 위법 여부를 따지며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의문만 증폭되는 모습이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해명을 미룰수록 당내 분란만 키우고 쇄신 동력을 더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표는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추모식을 마친 뒤 ‘당원 게시판 의혹을 한 대표가 직접 밝혀달라는 요구가 계속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가 공개된 사건을 두고 법리를 앞세울 때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을 두고도 “그것을 같은 궤에 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라며 “어제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전날에도 “당이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진다”며 “위법이 아니면 건건이 설명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구체적인 해명을 피했다.

한 대표는 연일 가족의 당원 게시판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 연루 여부에 대한 답을 피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한 대표가 달리고 그 뒤를 노트북과 휴대폰,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따라 달리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한 대표에게는 ‘런(Run)동훈’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친윤석열(친윤)계는 연일 한 대표에게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계속 법률적 문제로 가져가는데 이 문제는 법률적 잣대가 아니라 정치 문제로 해결할 사안”이라며 “내부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 끝까지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는 이 문제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아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인 것 같은데 이건 그게 아니라 당 게시판을 통한 여론조작이 있었느냐다”라고 지적했다.

친윤계 강명구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누가 했든지 간에 일정 부분 해당 행위에 해당하는 말들도 있었다”며 해당 행위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익명게시판을 이용한 여론조작이 있느냐, 없느냐, 명의를 도용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라며 “사실관계를 알면 투명하게 얘기하면 끝날 문제”라고 압박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JTBC에서 한 대표 부인 진모 변호사가 익명게시판 비방글을 작성했으며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에게 꽃바구니를 보내는 운동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한 대표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비방글 작성에 가담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제가 한 대표 측으로부터 얘기 들은 것은 뭐냐면 경찰의 1차 조사 결과 가족 이름으로 글 쓴 사람은 임모씨라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족은 아니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킹당한 것인지 밝혀져야 될 것 같다”며 해킹 가능성까지 꺼냈다.

친한동훈(친한)계는 한 대표 가족이 비방글 작성자라 하더라도 법적 문제가 없으며 당무감사 대상도 아니라고 반박한다. 오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1심을 앞두고 단일대오로 대야 공세에 주력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표를 궁지에 몰기 위한 친윤계의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러나 당내에선 한 대표의 해명이 늦어질수록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한 대표 리더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의 쇄신 주장이 더 힘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곧 열릴 의원총회에서 당무감사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올 것 같다”며 “가족이 했다 하더라도 진솔하게 사과하면 끝날 일인데 일을 점점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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