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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르포] “렌트프리 3개월에도 시큰둥”… 세종시 전국 1위 상가 공실률에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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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위치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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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공실이 많아요. 사정이 괜찮다는 곳도 공실률이 25%에 달해요. 워낙 상가가 오래 비어 있다 보니 렌트프리(무상임대) 3개월을 내건 곳도 있어요. 이것도 임대인과 협의하면 더 늘릴 수 있죠. 그래도 상가에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의 한 쇼핑몰에는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을 내건 상가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식당·의류 브랜드 등의 간판이 여전히 달려있었지만, 상가 내부는 먼지만 소복히 쌓여 있었다. 쇼핑몰 바로 옆 아파트 단지의 상가도 두 곳 걸러 한 곳이 문이 닫혀 있는 상태였다. 전 세계에 4000개가 넘는 호텔을 보유한 다국적 호텔 체인이 위치한 상가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간선급행버스(BRT) 정류장과 가까운 대로변에 위치했지만 1층 상가는 대부분 컴컴하게 불이 꺼져 있었다.

세종시의 또 다른 중심 상권으로 분류되는 나성동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1층부터 윗층까지 상가 임차인을 찾는 건물이 즐비했다. 나성동에 있는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건물의 관리인은 “나성동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나름 번화가라고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상가 공실이 너무 많다”며 “우리 상가의 경우 전체 197개 중 공실이 33개인데 분양이 안된 것까지 합치면 약 50개가 된다”고 했다. 이어 이 관리인은 “다른 건물의 상가 공실률은 50%에 육박하는데 우리는 25%정도 비었다”며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황이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 전국 상가 공실률 1위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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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위치한 한 쇼핑센터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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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전국에서 상가 공실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어디를 가든 임대 문의를 위한 전화번호가 적힌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3.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국 평균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12.7%인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 역시 11.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5%다. 특히 세종시 중에서도 중심상업지역으로 계획된 어진동과 나성동은 총인구 대비 업소가 타생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다.

나성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관계자는 “공실 문제가 심각해 상가를 분양 받은 사람들이 임차인을 찾는 동시에 가능하다면 매매까지 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상가 물량은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임대료는 협의를 통해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세종시의 임대료는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세종시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세종시의 1층 상가 임대료는 ㎡당 1만5840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1층 상가 임대료는 ㎡당 2만6490원으로 세종시보다 60%가량 높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임대료가 ㎡당 5만4760원까지 올라간다.

세종시의 과도한 상가 공실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불거졌다. 상가 공실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세종시 설립 초기 상가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서 임대료가 덩달아 높아졌다는 점은 상가 공실 문제를 키운 요인 중 하나다. 임대료가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덮치며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자 상가를 빌려 대면 영업을 하려는 수요가 확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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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위치한 한 쇼핑센터가 닫혀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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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종시의 경우 공무원이 아닌 주민은 다른 지역에 직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소비를 세종시 밖에서 하는 역외 소비율이 41%에 달한다는 점도 상가 공실 문제를 악화시켰다. 상권이 조성되지 않고, 세종시 밖에서 소비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세종시 안에 있는 상권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그러면 기존에 있던 상가마저 문을 닫게 되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됐다. 그러다 보니 세종시 거주자는 외식이나 쇼핑을 위해 또 다른 도시로 소비를 하러 가는 경향이 더 심해졌다. 세종시 도담동에 거주하는 40대 김모씨는 “세종은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쇼핑하거나 놀 공간이 없어서 다른 도시로 나간다”며 “차로 25분정도 떨어져 있는 대전에 있는 아울렛에 가거나 청주나 천안 같은 곳으로 놀러 간다”고 했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상가 수요 예측을 실패한 것도 지금의 상가 공실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어진동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세종시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수요와 상관없이 상업지구의 비중을 너무 많이 잡은 것 같다”며 “세종시 인구가 2030년에는 50만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재 인구는 39만명 수준이고 이마저도 인구 유입 속도가 줄어들고 있어 남은 6년 만에 인구 계획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상가 수분양자 ”상가 공실 박람회라도 열자”

세종시 상가 수분양자들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세종시에 ‘상가 공실 박람회’ 개최를 요청했다. 당장 수백만원에 달하는 대출이자를 감내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세종시 상가 공실 박람회를 열었다. 박람회에서는 상가 투자 전략 설명과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창업 지원 정책 소개, 상가 홍보 등을 진행했다.

민간상가추진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장정녀 리더스 공인중개사무소 이사는 “공실이 너무 많으니 세종시에 박람회를 개최해 달라고 건의했다”며 “이 박람회로 인해 드라마틱한 계약 체결을 바랐다기보다는 공실률이 큰 상황을 알리고 홍보해 궁극적으로는 임차가 잘 돼서 상권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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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세종 상가 공실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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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수분양자와 관리인들은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인구 유입의 요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성동에 위치한 세종위너스카이 관리인 신민정 씨는 “상가 공실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인구를 많이 유입시켜야 한다”며 “인구 유입이라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니 놀거리, 관광지 등을 활성화 시켜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공간을 한 곳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이사 역시 “인구 유입이 되게끔 인구 정책을 펴야 하고, 인근 산업단지도 유치해야 한다”며 “특히 흩어져 있는 정부 기관들도 민간 상가로 들어오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되면 민간 임대도 공신력이 생기고 인근 자영업자들도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는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구 유입 문제는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의사당 및 지방법원·검찰청의 이전 계획이 있어 인구가 상당 유입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상가 공실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게 세종시의 관측이다.

다만, 세종시는 당장 상가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경기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단기적인 대책을 준비 중이다. 세종시는 자체적으로 관광객을 유입할 수 있는 ‘메가 이벤트’를 기획해 상가 문제를 해결하고 경기 활성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업해 도시 전체 상업용지 면적의 총량을 관리해 상가의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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